10년 사이 두 배 증가한 만성콩팥병 “바나나·오렌지 섭취 주의하세요”
초기 증상 없어 신장기능 정기검진 필요
저염식은 필수, 단백질 과다 섭취 주의
만성콩팥병 환자가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심근경색과 뇌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번 악화한 콩팥 기능을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영양관리를 통해 해당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13일은 세계신장학회가 콩팥질환 예방을 위해 정한 ‘세계 콩팥의 날’(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이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15만850명이던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2023년엔 32만6,73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체중의 0.5%에 불과하지만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는 주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이를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이라고 한다.
만성콩팥병 원인의 약 70%는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는 사람은 콩팥 기능이 더 빨리 저하될 수 있다. 사구체신염과 다낭성 신장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사구체신염은 콩팥에서 혈액을 여과하는 모세혈관 덩어리(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낭성 신장 질환은 콩팥에 여러 개의 낭종(물혹)이 생기는 것으로, 사구체신염과 마찬가지로 콩팥의 기능을 떨어트린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서 피로감과 식욕부진, 발‧발목‧다리 부종,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색이 검붉게 변하거나 거품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야간뇨가 반복된다면 만성콩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센터장은 “만성콩팥병은 신장이 점점 손상돼 기능을 잃는 질환”이라며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고령자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전체 만성콩팥병 환자 중 60대 이상이 81.5%를 차지(2023년 기준)하고 있어서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진행하는 신장 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주기적으로 단백뇨 검사나 사구체여과율을 측정해 보는 게 좋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이 1분 동안에 걸러주는 혈액의 양으로,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만성콩팥병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한다. 빈혈과 콩팥이 칼륨을 배출하지 못해 겪는 고칼륨혈증 등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주요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약 1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상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을 예방하고 악화하는 걸 막기 위해선 고혈압‧비만 등 기저질환 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영양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 저하로 나트륨 배출이 어려워 혈압 상승과 부종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식단도 나트륨 함량을 낮춘 저염식으로 바꿔야 한다. 만성콩팥병은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1~5기로 나뉘는데, 증상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1‧2기의 경우 하루 2,300㎎ 이하로 나트륨을 섭취해야 한다. 김 교수는 “3·4기에는 1,500㎎ 이하, 5기엔 1,000㎎ 이하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공 식품을 살 때도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흔하게 먹는 단백질과 과일도 만성콩팥병 환자에겐 주의의 대상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질소화합물 등이 모두 신장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이 단백질을 과하게 섭취할 경우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노폐물이 몸 안에 쌓이는 요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과일에 포함된 칼륨이 체내에 축적돼 고칼륨혈증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칼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바나나와 오렌지, 자두, 감 등은 가급적이면 먹지 않는 게 좋다. 저칼륨 과일인 사과와 배, 포도, 복숭아 등을 적당히 섭취하는 게 좋다. 그러나 주스 형태로 섭취할 경우 당분이 농축돼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김 교수는 “만성콩팥병 치료제 외에 다른 약물 복용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 여부 및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용하는 약제는 간‧신장에서 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약을 복용할 경우 대사가 제대로 안 되고 체내에 쌓여 약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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