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원 육박 '역대급' 사교육비…"파격 대책 필요"
[EBS 뉴스]
사교육비가 4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후폭풍이 거셉니다.
잦은 입시 변화에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그동안의 대책도 한계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과열되는 사교육 실태, 이유는 뭔지,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2024년 사교육비 29.2조 원
4년 연속 증가, 역대 최고
사교육 카르텔 척결·늘봄학교 도입
정부 대책에도 꺾이지 않은 사교육비
내년에는 물가상승률 '아래'로
정부, 부담 경감 다시 약속
"극약 처방 필요"
정부 약속 실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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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전문가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백병환 정책팀장 나와 있습니다.
팀장님 어서 오세요.
지난해 사교육비가 30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고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 정부 들어 30% 가까이 올랐는데요.
정부의 대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정부뿐 아니라 그 어떤 정부에서도 사교육 대책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회에 학력 학벌 차별이 만연하고, 한정된 교육의 기회와 격차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요.
교육은 이 한정된 자원과 기회를 차등 분배하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교육 과열 현상의 근본 원인임에도 과거 어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주로 사교육 대체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관했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액면으로 드러난 사교육 비용만 조금 줄여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결국 발을 더 얼어붙게 만든 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사교육 시장을 분석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최근 사교육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입니까.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는 다시 치솟았는데요.
최근 파악된 바에 따르면 유아 단계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상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등록금을 받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각종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폐원되는 추세를 생각해보면 대단히 기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종 학습지 업체나 학원 등도 사교육 수학이나 문해력을 신장할 수 있다는 영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 상품들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체들은 유초등 상품으로 시작해 고입과 대입에 이르는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초등입학 전 한글을 배우냐, 마느냐의 문제였는데요.
이젠 노골적으로 유초등 때 대입이 결판난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곳도 많습니다.
일부 업체의 매출 현황을 보면 재수 사교육 시장도 확대되었는데요.
결국 과거 고등학생 위주의 대입시장이 유아에서 성인까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이 전체 규모에 대해선 추산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런 현상은 결국 영유아, 초등 시절부터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죠.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합니까.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 자리에서 계속 반복해 제시하는 것이지만, SKY 위주로 집중된 고등교육재정 격차를 완화해서 대입 병목 현상을 완화해야 하는 게 근본적으로 필요합니다.
동시에 학교평가와 수능 등 대입제도에서 어느 학년에 무엇을, 어느 정도 배우는지 정확히 수준을 제시하는 절대평가 도입도 시급합니다.
지금의 상대평가 줄세우기 구조 속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녀의 인지 정서 발달에 악영향이 있을지라도 관련 조기 사교육에 참여하도록 강요를 받게 됩니다.
크게 두 가지를 대책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러한 정책 어느 하나만으로는 지금의 난제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국가개혁 수준의 종합적 대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런 대책과 더불어 '사교육진도공시제' 도입을 제시하셨습니다.
불필요한 사교육 참여를 방지하고 낭비를 막겠단 취지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현재 학원과 소비자인의 관계는 정보 면에서 매우 비대칭적입니다.
일부 학원에서 하는 과장 광고나 상담이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는 경우 있는데요.
이것은 학원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가르치는지 정보 접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학원 교습소에 교습시간과 비용 등을 등록하도록 하는 학원정보공개서비스, 즉 학원나이스가 있으나 무엇을 누구에게 어느 기간 가르치는지 정보가 없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사교육진도공시제는 소비자의 알권리 신장 차원에서 교습 대상, 기간, 가르치는 교습내용을 기존의 정보와 함께 추가로 등록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 같은 내용이 추가로 공시되면 학생 학부모가 학원 교습 과정을 투명하게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해 무분별한 사교육 참여 현상을 완화할 것입니다.
아울러 공시된 교습과정 정보는 사교육의 선행교육 실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 교육당국의 적극적이면서도 책임 있는 행정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학원 업계의 상호견제와 시장의 자정작용입니다.
나아가 사교육 비용 뿐 아니라, '무엇을 누구에게 가르치는 게 적절한지', 좋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 이런 사교육에 몰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 입시' 때문이죠.
의과대학 증원처럼 입시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들이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을 더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 업계도 그런 부분을 노리고 '불안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죠.
이런 문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없겠습니까.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부는 이번 의대 증원이 상위권 3% 이내의 학생들에게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영향을 애써 축소하려고 했는데요.
문제는 의대반이 갖는 시장의 영향력과 상징성입니다.
정말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교육부의 말대로 소수이겠습니다만, 의대 진학을 준비하든 안 하든, 의대를 중심으로 입시에서 과열이 이루어져, 조기 선행사교육 상품이 난립하면 누군가 내 아이보다 앞서간다는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적 실수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시장은 이를 노리고 각종 마케팅을 합니다.
가령 다수의 7세가 풀기 어려운 7세 고시 같은 학원 입학 레벨테스트도 그런 불안감을 주는 장치인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 단체에서는 학원에서의 학교급을 넘어서는 교습프로그램 운영과 레벨테스트를 금하는 일명 초등의대반 방지법, 그리고 선행학습 유발 광고 선전 행위를 규제하는 선행사교육광고규제법을 제안했습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의 법적 토대가 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에 특히나, 사교육비가 급증했던 중학생의 경우 2028학년도 대입 변화와 고교학점제 도입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는 통합형 수능과 내신 5등급제 도입이 안착이 된다면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설명이 현실화되려면 어떤 지원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백병환 정책팀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로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지만, 저는 그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습 코스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공부하는 것 그 자체가 사교육을 끌어 올렸을리 만무합니다.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과학과 사회를 문이과 구분 없이 공부하는 것, 그 자체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고교학점제 도입 후 5등급제 성취평가를 도입하면서도 대입에서 상대평가 등급을 동시에 병기 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성취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입니다.
그래서 이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등급경쟁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학점제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위해 사교육에서 해당 과목 교습은 물론 컨설팅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고교학점제를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심각한 자기부정입니다.
'언젠가 내신 5등급제 도입이 안착되면…나아진다'는 전망은 문제를 호도하는 것입니다.
수능에서 고1 과정에서만 문제를 출제 한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고 0.0001점 단위로 줄을 세운다면 그것은 고등학교 전 학년뿐 아니라, 초중학생까지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 것입니다.
정부 스스로 2028 대입을 발표하면서, 성취평가가 교육적으로 타당하나, '아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진심이었다면 정부는, 최소한 2029, 2030 대입 등에서 절대평가 도입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관련된 현장의 역량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부동산과 더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지나친 교육비는 저출생 현상을 강화하는 요인입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도 꿈을 펼치는 데 문제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랍니다.
팀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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