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거침없이 홀로 선 블랙핑크 제니의 첫 솔로 콘서트
70분간 완벽한 무대 장악력 선보여
고가 티켓 대비 짧은 공연 시간 논란도
공연 직후 빌보드200 7위 데뷔
“온 세상은 무대일 뿐이고, 모든 사람은 단지 연극을 할 뿐이다. 그러니, 뜻대로 하세요.”
15일 오후 6시 10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열린 제니의 솔로 콘서트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의 첫 문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의 대목들로 시작됐다. 거대한 대극장처럼 붉은 휘장을 드리운 무대 위로 나타난 제니는 공연 문을 열어 제친 곡 ‘JANE with FKJ’와 ‘start a war’부터 무대 위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자신의 무대를 연극처럼 보는 관객들의 시선을 등에 업고 스스로는 내면을 들여다보겠다는 듯한 그 뒷모습에 1만여 관객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제니는 지난 7일 발매한 첫 솔로 정규 1집 ‘루비’의 15곡 수로 전곡을 처음 라이브로 선보이는 무대를 펼쳤다. 그가 무대 시작부터 앞세운 셰익스피어의 희곡 문구와 정체성 탐구란 주제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앨범명 또한 제니의 영어 이름 ‘제니 루비 제인’에서 따온 것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수록곡들의 면면은 귀로만 듣기 보단 눈으로도 봐야 더 좋은 퍼포먼스형 음악이었다. 제니는 이번 음반에서 도이치, 차일디쉬 감비노, 도미닉 파이크, 두아 리파, FKJ 등 세계 음악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대표 음악가들과의 협업을 대거 선보였다. 그만큼 상당수의 곡들이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감각적인 비트들을 전면에 앞세웠고, 마치 런웨이를 워킹하는 듯한 도발적인 군무들과도 잘 맞아떨어져 귀를 즐겁게 했다.
개중에서도 특히 해외 평단에게 “터프한 소녀의 사운드를 맹렬한 새로운 스타일로 번역했다(피치포크)”는 호평을 받은 곡이자 자신의 이름을 박아 넣은 타이틀곡 ‘Like Jennie’의 빈틈없는 짜임새가 압권이었다. 제니는 특히 이 곡에서 파벨라 펑크(Favela funk·브라질 빈민가에서 파생된 힙합 장르)와 퐁크(Phonk·1990년대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힙합 장르 트랩의 하위 장르)를 뒤섞은 거칠고 공격적인 박자들 위로 거침없는 랩을 선보여 환호성을 끌어냈다.
이 밖에도 몽환적인 소울팝의 작법을 차용한 ‘Seoul City’,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앨범의 핵심 주제를 앞세운 노래 ‘ZEN’ 등 그룹 블랙핑크 시절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는 곡들 또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날 공연은 통상 최소 90분 이상 이어지는 일반적인 K팝 콘서트 대비 70분이란 짧은 무대 시간에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본래 예정됐던 오후 6시보다 10분간 공연 시작이 지연된데다 티켓 가격도 최저 14만3000원, 최고가 22만원으로 평균적인 티켓가보다 높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반적인 콘서트보다는 전곡의 메시지를 충실히 재현해내는 쇼케이스에 가까운 무대 형태도 아쉬움을 더했다. 이날 제니는 관객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블랙핑크 시절의 히트곡이나 인기 솔로 곡들은 일절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무대 순서 역시 오롯이 앨범 ‘루비’에 실린 최신 곡들을 나열하듯 이어갔고, 관객을 향한 첫 인사는 첫 곡부터 내리 11곡을 부른 뒤에서야 입을 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콘서트보단 음악감상회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대표 곡이나 가장 큰 히트곡이 아닌 노래들로도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는 제니의 무대 장악력 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이날 내리 40분을 노래만 하다 숨을 몰아 쉬며 관객에게 처음으로 말문을 연 제니는 “앨범을 내고서 너무 큰 사랑을 받고, 무한한 사랑을 받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여기 오니 실감이 난다”며 울먹였다. 객석에는 분홍색 뿅망치 형태의 블랙핑크 팬덤 응원봉, 일명 ‘뿅봉’을 흔드는 팬들은 물론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불리는 제니를 보기 위해 참석한 걸그룹 뉴진스, 방송인 유재석, 배우 김지원과 공효진, 블랙핑크 멤버 로제 등 동료 연예인들이 함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지난 10일 뉴욕(3월 10일), 6~7일 LA에서 먼저 콘서트를 가진 이 앨범은 해외 평단과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5점만 넘겨도 평작이라 평가받는 미국 피치포크의 짜기로 유명한 심사대에서 7.1점을 획득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공개된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 최신 순위에선 3위로 데뷔해 K팝 여성 솔로 가수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17일에 공개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에선 7위로 데뷔했다.
제니는 올 하반기부터 블랙핑크의 그룹 월드투어 활동에도 합류한다. 오는 7월5일과 6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토론토,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일본 도쿄까지 총 10개 지역에서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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