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소송 남발 우려`엔 한 목소리… 상법 개정안 짚어보니

장우진 2025. 3. 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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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주도 이사충실 의무 확대안 통과
소송남발 우려 기업경영 위축 불보듯
해외 투기자본 타깃… 먹튀 논란도
쪼개기 상장 등 대주주만 이익 방지
기업 가치향상 바탕으로 본회의 넘어
IPO로 자금조달 경쟁력 올려 '상충'
개정안 찬성파도 경영 위협은 '공감'
경제인협회 "기업·국가 밸류다운뿐"
與·반대파, 崔 재의요구권 행사 기대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상법 개정안 짚어보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은 그동안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 경영 올스톱', '투기 자본의 먹튀', '경영권 위협' 등이 우려를 내비치며 강하게 반발해 왔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온 자본시장에서도 이런 기업들의 걱정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상법 개정안이 실제 적용될 경우 소송 남발 우려에 기업 경영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다음 정권의 차기 공약으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국내외 불확실성 속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어떤 묘수가 나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소송남발·투기자본 타켓' 우려 확산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서 기업들은 다양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밸류업이라는 근본적인 취지를 넘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예를 들어 현실적으로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주들이 배당 등 단기 수익만 기대한다면 기업들의 미래 투자는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수합병(M&A)의 경우 물밑작업과 속도가 생명인데, 성사 직전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공들인 투자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미리 사전 공지해 동의를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작년 8월 '2024년 하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상법 개정론자들은 지배주주-기타주주간 이익 불균등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비례적 이익보호 의무'를 상법에 강제조항으로 넣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시도는 실효성도 없는 데다 현행 주식회사 시스템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량의 주식을 매입한 후 '충실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경영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월엔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KT&G를 상대로 1조원대의 주주대표소송을 걸기도 했다.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주주대표소송이 아닌 중복 주주별로 각각의 이사에 대한 개별 소송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소송 남발이 현실화할 수 있다. 기업들이 미래 경영 전략보다 손해배상청구에만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대안"

이러한 우려에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밸류업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사회에서 '쪼개기 상장'과 같이 회사나 특정 대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행위를 결정해도, 현행법상 이사가 회사에 해를 끼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법 개정안이 등장한 배경이다.

예를 들어 상장사인 A사가 특정 사업을 떼 물적분할 자회사 B사를 설립한 후, B사를 다시 상장시키게 되면 A사의 회사 가치가 그만큼 저하돼 A사의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물적분할을 넘어 지주회사 체제서도 마찬가지로, 지주사 산하에 상장 계열사가 다수 존재할 경우 지주사의 주식 가치도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 자본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기업들의 논리는 조금 다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룹 전체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재계는 이러한 주주들의 우려를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해소해야 할 것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합병·분할 시 주주보호 의무를 신설하고,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규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중복상장에 대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견 출동 불가피… 소 남용 방지책 필요"

상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자본시장에서도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는 공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라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만일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물적분할 후 상장, 부실 자회사 지원 등 지주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가 억제될 것"이라면서도 "소 제기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엄 연구원은 대응책이 한 예로 '책임추궁 등의 소가 특정 개인주주 또는 제3자의 부정한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오로지 해당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인 경우, 소 제기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상식적인 경영 판단에 대해선 주주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성장(투자 등), 분배(배당 등), 부실 계열사 지원 등에 대해서는 의견 충돌 불가피하다. 주주 이익을 단기 주가로 평가할 경우 혼란만 가중될 수 있어 충분한 판례, 유권해석 등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사안일주의·보신주의 경영 풍토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우리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경제의 밸류 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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