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혼란에…학원가 "시간표 짜드려요"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5. 3.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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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컨설팅을 받는 데 50만원이에요. 먼저 결제하시면 입시연구소장님 연락이 갈 겁니다."

고등학교 학기 초인 17일 대학 입시전형 시즌이 아님에도 이처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때아닌 컨설팅 붐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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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1부터 전면 도입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 선택
필요 학점 모두 채워야 졸업
내신 5등급제·통합형 수능 등
학생·학부모 불안감 커지는데
담당교사 부족, 학원 문 두드려

"한 번 컨설팅을 받는 데 50만원이에요. 먼저 결제하시면 입시연구소장님 연락이 갈 겁니다."

고등학교 학기 초인 17일 대학 입시전형 시즌이 아님에도 이처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때아닌 컨설팅 붐이 불고 있다. 컨설팅의 주인공은 바로 '고교학점제'다.

올해 전국 고등학교 1학년에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공통과목 외에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192점 이상이면 졸업하게 된다. 이때 과목출석률(수업 횟수의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는 데다 향후 대학 입시에서 내신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고교 1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고교 내신 등급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줄어든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공통사회·통합과학 등 통합형으로 개편되면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고 내신 중요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공교육의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당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많지 않다 보니 만족할 만한 상담을 받지 못한 학부모들이 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내신 등급이 줄면서 생기부 영향력이 커지고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시간표를 구성해 이수하면 입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학생·학부모 온·오프라인 설명회는 20회밖에 열리지 않았다. 교육부는 복수 학교를 대상으로 개최했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에 일반고가 212개임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전체 중학생 약 133만명 중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중3이 44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40% 정도만 설명회를 들은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교육 시장에는 연간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교학점제 컨설팅 학원까지 등장했다. 경기에 거주하는 고1 학부모는 "과목을 선택하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대치동의 한 학원은 1년에 600만원이 넘고, 경기에서도 한 달에 40만원씩 1년 계약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아이가 시간표 설정을 전혀 못한 상황이라 컨설팅을 들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교 1학년은 공통과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선택과목 수강은 2학년부터 이뤄진다. 하지만 이르면 오는 5월에 사실상 2학년 수강신청이 시작되는 만큼 미리 계획을 짜놓을 필요가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1학기에는 주요 과목을 충실하게 이수하면서 상위 등급을 확보하고, 2학기에는 자신의 진로·적성을 탐색하면서 원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주요 선택지에 올려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큰 틀에서는 미리 진로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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