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 지도부는 ‘승복’, 의원들은 ‘아스팔트로’…與 투트랙 전략의 속내는?
尹 석방 이후 이재명 대표 지지율, 여권 주자 총합보다 앞서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광장에 모이는 탄핵 찬성·반대 진영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쌍권 지도부' 모두 헌재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밝혔지만, 당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장외 투쟁에 나서며 헌재를 압박하는 상황을 사실상 지도부가 방치하면서 앞뒤가 다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계엄의 불가피성에 호소하면서 정치적 부담이 큰 기각보다 각하를 주장하는 등 법적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나경원 의원 주도로 여당 의원 82명이 헌법재판소에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2차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소추 동일성이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해 줄 것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 연설자로도 나서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장동혁 의원은 지난 15일 구미 탄핵 반대 집회 연설에서 "역사에 길이남을 사기 탄핵이다. 헌재는 내란몰이만 믿고 날뛰다가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 신세가 되었다"며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고 외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외투쟁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 로키'(low-key)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개별 의원들의 장외 투쟁에 대해 별도 지침 없이 개인의 소신과 판단에 맡기면서 사실상 역할 분담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이같은 '탄핵 반대 거리 집회'에는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야당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더 높이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야당 주도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뒤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명분인 '민주당의 탄핵 폭주'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가 함께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권성동 원내대표는 "저희는 이미 승복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여야 당 대표 간 기자회견이든, 공동 메시지든, 저희는 어떤 것이든 간에 승복 메시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 결정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7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달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절차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탄핵에까지 이룰 수 있는 것이냐고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굉장히 성급해졌다. 지금 민주당에 굉장한 불안감이 있다고 보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승복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겠냐"라고 말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정 운영에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7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인용, 기각 양쪽 다 후폭풍이 큰데, 인용이 됐을 경우엔 머릿속에 시나리오가 있지만 기각이나 각하의 경우엔 상상이 잘 안간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군의 통제에 대한 문제 등이다. 현재 참모총장,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의 자리가 비어있는데 대통령이 또 가까운 사람을 임명할 것이냐, 거리집회에 사람들이 많이 나왔을 때 경찰에 어떤 지침을 내릴 것이냐, 정상회담 문제, 국회에서 김건희·명태균 특검법을 또 쏘아올리면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냐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수권은 있는데 권위와 영이 서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투트랙 전략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여권 잠룡들이 대권 행보를 자제하는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 대표 지지율이 조사 순위권에 포함된 여권 주자 5명을 합친 총합(39.5%)보다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6.9%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2월 26∼28일)보다 0.6%포인트(p) 올랐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0.8%p 내린 18.1%로 뒤를 이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 6.5%,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6.3%, 오세훈 서울시장 6.2%,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4%였다. 홍 시장은 0.3%p, 한 전 대표는 0.6%p 각각 하락했고, 오 시장은 1.1%p, 유 전 의원은 0.3%p 각각 상승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여권 잠룡 중 탄핵에 찬성하는 주자들은 행보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 레이스가 즉시 시작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 지난 10일 부산에서 연 북 콘서트 이후 엿새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17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했고, 18일에는 대구 경북대에서 강연한다. 한 전 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승복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도 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등 대구·경북(TK) 일대를 찾은 데 이어 17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헌재 판결 전 여야가 함께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 판결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TK 지역을 방문한다. 영남대에서 정치 관련 특강도 예정됐다. 유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거론하면서 "(보수층) 빈집 털이를 막고 중원에서 이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석방 이후 여권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주자들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층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면서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운신의 공간을 확보해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에 이어 저서 출간을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출간 시기를 다음 주 이후로 잡았다. 오 시장은 오는 24일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펴낼 예정이다. 그는 헌재의 선고가 예상되는 이번 주 별도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홍 시장은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의 출간 시기를 당초 오는 21일에서 탄핵 심판 선고 이후로 미뤘다. 홍 시장은 오는 19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주최하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조기 대선 관련 일정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번 주에는 공식 업무만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의 경우 전국 순회 북 콘서트와 대학 강연 등을 계획했다가 종교계 방문 일정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37%가 차기 주자에 대한 의견을 유보한 만큼,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당심이 어디로 흐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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