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전공의 백지화 요구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복귀 거부 쟁점은
의대생·전공의, 미래 소득 감소 우려에 크게 반발
정부가 이달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3058명)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의대생·전공의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하며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패키지 중 이들의 반발이 큰 대목은 주로 미래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거나 수련 기간이 늘어나는 내용이다. 패키지에는 의료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됐지만, 이들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17일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일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함께 보는 ‘혼합진료’ 금지를 패키지에서 가장 문제로 꼽는다. 비급여 항목인 내시경 수면마취, 분만 시 무통주사 등의 비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병행진료 급여 제한’은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하는 경우, 급여 진료도 모두 본인이 비급여로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급여 진료인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비급여 진료인 다초점 렌즈 삽입을 함께 하는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는데, 구체적인 제한 항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우경 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지난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급여와 비급여가 한 번에 이뤄지는 진료가 전체 진료의 54% 정도인데 정부가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비급여 중 미용과 성형을 목적으로 하는데 (급여진료를 병행해) 실손보험의 돈을 쉽게 받으려는 항목들을 제한하겠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일부에서 정책 내용을 무리하게 해석하면서 비판하는 이유로는 비급여 진료가 개원의들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이 꼽힌다. 병행진료 급여 제한은 개원의 반발이 큰 정책으로, 지난해 대한의사협회는 일간지에 실은 정부 비판 광고에서 ‘급여, 비급여 혼합진료를 금지해 개원가의 씨를 말리겠다고 한다’고 했다. 수도권 의대생 ㄱ씨는 “미래에 개원했을 때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직 전공의들이 구직에 나서면서) 일반의 임금이 급락하는 것을 봤지 않나. 패키지가 통과되면 개원가도 망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일부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패키지가 통과되면 의사 면허 취득 뒤 일정 기간 추가 수련을 거쳐야 개원 권한을 주는 ‘진료 면허제’, 현행 1년인 인턴이 2년으로 늘어나는 ‘인턴 2년제’ 등으로 수련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의료 서비스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국외 사례처럼 진료 면허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지 않았다. 또 정부는 전공의 수련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인턴 2년제’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들은 의료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지에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형사 부담 완화 등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내용도 담겼다. 특히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이 동의하면 ‘반의사 불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데, 환자·시민단체는 의사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의대 증원을 추진한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수도권 사직 전공의 ㄴ씨는 “패키지에 의료계가 긍정적으로 보는 내용들도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책이 오래 지속될지, 세부 내용에 문제는 없을지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대생·전공의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에서 “(전공의·의대생 등의) 의료개혁 패키지 폐지 거론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국민 중심 의료개혁까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14일 최근 패키지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도 공감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으며 이미 상당수 과제가 이행 중인 상황에서 전면 철회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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