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8전8패 더불어민주당…손익계산서 따져봤더니

이태준 기자 2025. 3. 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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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관료들 탄핵 연이어 기각…‘행위 정당성’ 판단은 별개
“탄핵소추 요건 기준 명확히 세우는 방안 논의해야”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탄핵 소추안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하게 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워장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8전 8패.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윤석열 정부 관료들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연이어 기각됐다. 탄핵 소추권은 행정부 관료들의 법 위반 행위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꼽히다 보니,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 추진이 정당 간의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비판을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기각 결정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마냥 야당에 불리한 내용만 담긴 것은 아니라고 봤다. 탄핵 소추를 당한 행정부 관료들의 행정 업무 처리 과정을 보면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헌재는 13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권 남용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이날 헌재는 이 지검장 사건을 판단하면서 "김건희 여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지휘·감독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헌재의 기각 결정이 민주당의 완패로만 보기도 어렵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진숙 '기관 운영 방식' 논란 여지 있음 재확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과정에서 그의 기관 운영 방식이 법률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음을 인정받은 것도 주목할만하다. 1월23일 이 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4명이 인용 의견을 내고, 나머지 4명이 기각 의견을 내면서 동수가 발생했다. 탄핵은 기각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법에 위배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의결을 강행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인용 의견이 있었다. 즉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이 기각되었지만, 정부 측이 해당 인사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완전히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8건의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국 운영을 놓고 윤석열 정부가 야당과 협상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고, 일부 관료들이 기관 운영 과정에서 독단적인 행보를 보였기에 탄핵 심판 카드를 꺼냈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대중으로부터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이은 탄핵 기각으로 인해 민주당의 전략이 결과적으론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추가 진행 예정인 5건의 탄핵 심판에서도 기각 혹은 각하 판결이 나오면 '야당이 국정 운영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 항고를 결단하지 않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추가 탄핵 소추가 민주당 당론으로 현실화되면 여론이 불리하게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도 마냥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탄핵 기각이 정부 관료들의 직책 보존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 사건 전문인 김태룡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위원장과 이창수 지검장의 조직 운영 행위에 있어 일부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향후 유사한 논란이 재차 발생하면 정부와 여당도 방어 논리를 마련함에 있어 부담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탄핵 소추, 정당 간 대결 수단되어선 안돼"

탄핵심판이 정국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자,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탄핵심판 제도의 문제도 함께 조명받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다루는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 제기가 대표적이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의 경우 동수 의견이 나오면서, 법률적 해석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다룰 때, 보다 일관된 기준을 확립해야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재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에 여론이 집중되면, 탄핵심판이 자칫 정쟁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룡 변호사는 "재판관 임용 당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최소화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국민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탄핵 소추 남발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 차가 없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의석 수 과반 이상을 가진 정당이 언제든 다수결에 의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탄핵 소추권이 정당 간의 대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소추 요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등에 대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행된 8건의 탄핵심판과 향후 진행될 5건의 탄핵심판은 여당과 야당 모두 상처를 입는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이길 때까지 서로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게임)'이었다는 평이 다수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는 "탄핵은 공무원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는 것이기에 공무원 위반 사유와 중대성에 입각해 결정해야 한다.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결정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법치국가에서 탄핵이라는 제도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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