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자존심 내려놓은 교촌의 '반반치킨'

김아름 2025. 3.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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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 창사 이후 첫 양념치킨 출시
'레드' 있지만 일반 양념은 처음
교촌치킨의 신메뉴인 후라이드·양념 반반./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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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치킨 삼국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구도는 제너시스BBQ와 bhc, 교촌치킨이 왕좌 자리를 놓고 겨루는 삼파전이다. 2000년대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주도한 BBQ가 줄곧 앞서가다가 간장맛 치킨으로 차별화를 노린 교촌치킨에 선두 자리를 내줬고 BBQ에서 독립한 bhc가 '뿌링클'로 1위 자리를 거머쥔 지 5년이다. 

특히 이 시장은 대형 신제품 하나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시장이다. 실제로 치킨 3사는 모두 초대형 제품 하나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BBQ가 황금올리브치킨으로 군소 브랜드들이 난립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정리했고 교촌은 교촌 오리지날·허니콤보·레드콤보의 3연타석 홈런으로 업계 1위가 됐다. 현재 1위인 bhc를 만든 것도 2014년 선보인 '뿌링클'의 힘이다.

치킨 3사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2023년 기준 업계 1위는 5356억원의 매출을 올린 bhc다. 제너시스BBQ가 4765억원으로 2위, 교촌에프앤비는 매출이 5175억원에서 4450억원으로 역신장하며 3위로 주저앉았다. 다만 1, 2위 간 격차가 600억원 안팎, 2, 3위 간 격차가 300억원 안팎인 만큼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 

아직 실적이 모두 공개되지 않은 지난해엔 3사의 매출 격차가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 48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대 성장했다. 업계 1위 bhc의 경우 지난해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bhc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매장 수가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순위 변동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촌이 그간 꺼내들지 않았던 '비장의 한 수'를 꺼내들게 된 이유다. 

치킨의 정석=반반

교촌치킨은 지난 7일 교촌후라이드와 교촌양념 2종을 출시했다. 사실 교촌이 후라이드 메뉴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금도 '살살 후라이드'와 '리얼 후라이드'가 메뉴에 포함돼 있다. 다만 살살 후라이드는 쌀가루 튀김, 리얼 후라이드는 오트밀·퀴노아·아마란스 등의 곡물을 넣은 튀김옷으로 일반적인 후라이드와는 결이 다르다. 

양념치킨 역시 매콤한 소스를 바른 레드 시리즈는 양념치킨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23년 한정 메뉴로 선보였던 '방콕 점보윙'도 양념치킨의 한 부류다. 다만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양념치킨'으로 통하는 소스와는 달랐다. 교촌치킨이 이번 후라이드·양념 메뉴 출시를 '처음'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제공=교촌에프앤비

교촌후라이드는 특제 튀김 반죽을 사용해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을 극대화한 메뉴다. 후라이드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촌양념치킨은 교촌후라이드에 과일이 함유된 새콤달콤 특제 양념 소스를 더했다. 설명만 들으면 다른 브랜드의 후라이드·양념치킨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교촌치킨은 원래부터가 '소스 명가'다. 교촌 오리지날 이후 수많은 간장치킨이 나왔지만 교촌의 대체재는 없었다. 매운 치킨, 달달한 치킨 역시 어느 브랜드에나 있지만 레드·허니의 맛은 흉내내지 못했다. 흔하디흔한 후라이드·양념치킨도 교촌이 만들면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차별화는 했는데

지난 주말 교촌의 신메뉴인 교촌후라이드와 교촌양념을 '반반'으로 주문해 봤다. 교촌치킨 특유의 종이 상자에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이 반씩 나뉘어 들어 있었다. 다른 브랜드의 '반반'과 다른 점이라면 역시나 크기다. BBQ의 큼지막한 8조각도, bhc의 16조각도 아닌 교촌 특유의 '21조각'이다. 하나씩 먹기 편한 대신 큼지막하게 베어무는 맛은 없다. 

양념치킨의 경우엔 이런 작은 조각으로 나뉜 게 나쁘지 않았다. 조각이 많다는 건 그만큼 양념이 묻는 표면적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교촌은 양념이 치킨 상자 바닥에 고일 정도로 들이붓는 일부 브랜드와 달리 치킨에만 양념을 고루 묻히는 방식이다. 8조각이나 16조각을 택할 시 부위가 큰 가슴살이나 넙적다리살은 양념이 적다고 느껴질 수 있다. 21조각을 택함으로써 살과 튀김, 양념의 조합이 더 적절해진다. 

교촌치킨의 신메뉴 교촌후라이드와 교촌양념치킨./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반면 후라이드에서는 이런 밸런스가 다소 무너진다. 특히 튀김옷이 상당히 짠 편이다. 매장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리뷰들을 살펴 봐도 '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교촌치킨은 후라이드를 주문해도 소금이나 양념 등 찍어먹을 소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튀김옷에도 충분히 간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 조각의 크기가 작은 만큼 육질도 다소 단단하다. '겉바속촉'의 후라이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법 하다. 다만 치킨만 먹는 게 아닌 맥주 안주 등으로서의 궁합이라면 이 짠 맛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양념치킨은 소스가 독특하다. 물엿의 단 맛이 주를 이루는 기존 양념치킨들과 달리 과일의 새콤한 맛이 확실히 도드라진다. 일반적인 매콤달콤한 양념치킨을 생각했다면 신 맛 때문에 놀랄 수 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양념의 물리는 단 맛을 끊어줘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맛이다. 

교촌이 그간 내놓지 않던 '평범한 반반 치킨'을 출시한 건 떨어지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하는 메뉴는 하지 않겠다던 고집을 꺾었다면, 교촌만의 간장·허니·레드가 아닌 후라이드와 양념 마니아를 잡고자 했다면 조금 더 '평범한 후라이드'와 '평범한 양념치킨'을 만들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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