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장고에 법조계도 ‘탄핵 찬반’ 내부 갈등 격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헌법재판소가 역대 최장기간 평의를 이어가며 법조단체와 변호사들 내부에서도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계속 ‘절차적 하자’ 논란으로 끌고 가는데,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상계엄 선포라는 본질에서는 벗어난 논의만 이어지는 중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규현 변호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검사 시절인 2022년부터 참여해 온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단체채팅방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이 학회 회원인 도규엽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탄핵 정치로부터 헌정 수호를 위한 법학자 토론회’라는 제목의 학술대회 일정을 채팅방에 공지했다. 이 학술대회는 ‘내란죄 수사절차의 적법성 논란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 ‘대통령 탄핵소추 및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적 평가’를 주제로 열리는데 소개글에는 “법치가 사라진 무차별적 탄핵과 내란 수사절차 등으로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중대한 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설명이 달렸다. 이에 김 변호사 등이 탄핵심판을 앞둔 현 상황에 이런 내용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자, 아예 채팅방이 폐쇄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17일 기자와 통화하며 “우리나라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고, 이 토론회도 자유다. 그러나 법학자로서 현 세태를 평가한다면 탄핵이나 내란 절차 이전에 12·3 비상계엄에 대한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학회가 ‘높은 분들’의 심기만 살피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견해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채팅방에는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사 출신의 박병호 변호사도 지난 15일 해당 단체채팅방에서 토론회 개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박 변호사는 “87년 민주주의 체제가 전복될 뻔한 위기를 모두가 함께 봤다. 그날의 사건과 이후 여당 대응을 보며 윤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탄핵심판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저런 제목의 토론회가 개최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사회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엔 대한변호사협회와 지방변호사회 전·현직 인권위원, 전 인권위원장과 인권이사 등이 윤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이들은 “변호사법 1조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법률가로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시국선언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변협은 “해당 회견은 협회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고, 사전 논의된 바 없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일부 극우 성향 변협 회원들이 ‘변협 이름을 걸고 정치 선동한다’ ‘기자회견 당장 중단하라’는 식으로 협박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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