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동급된 한국? ‘민감국가’ 뭐길래[점선면]
북한과 동급된 한국? ‘민감국가’ 뭐길래
한국을 동북아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표현해왔던 미국. ‘한미관계 이상무’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던 한국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 미국이 한국을 북한과 같은 ‘요주의 국가’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어요. 오늘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를 살펴볼게요.
점(사실들) : 민감국가=북한·러시아 등 미국의 적국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 목록에 포함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 언론에 공식 확인해주면서 알려지게 됐는데요. 한국은 민감국가 목록에서 가장 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됐다고 합니다.
민감국가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요주의 대상’이라는 것이죠. 미국 에너지부 사이트에 있는 총 25개국 민감국가 목록을 보면 북한·중국·러시아 등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단·시리아· 이란·리비아 등 ‘테러리스트 국가’로 지정된 국가들도 있죠.
선(맥락들) : 전문가들 “민감국가 지정은 핵무장론 때문”
그렇다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미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민감국가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10일에만 해도 동맹국과도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예측 불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임인 조 바이든 정부가 임기 만료 직전인 지난 1월 초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이었죠.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터라 이 같은 사실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데요.
미국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미 에너지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핵 비확산·지역 불안정·테러지원 등을 이유로 민감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핵무장론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대만도 민감국가로 지정됐는데요. 이스라엘은 공인받지 않은 핵무기 보유국이고, 대만은 과거 중국 핵실험 성공에 맞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한 적이 있어요.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정국 불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미 에너지부 규정에 따르면 인공지능(AI)·원자력·양자과학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이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민감국가의 연구자들은 미 에너지부와 일할 때 엄격한 신원조회와 승인 절차가 필요해진다고 하네요. 한미동맹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면(관점들) : 보수 지지층 노린 독자 핵무장론 자중해야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두 달 가까이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어요. 민감국가 목록의 공식 효력은 다음달 15일부터 발생하는데요. 정부가 모든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과거부터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거론돼온 한국 독자 핵무장론은 윤석열 정부에서 특히 확산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국방부 업무 보고를 받으며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 “대한민국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나경원·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독자 핵무장론을 강하게 주장했었죠.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대선주자들이 핵무장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대북 강경노선을 원하는 강성 지지층을 공략하려는 계산이 깔린 건데요. 이들이 국익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위해서 핵무장론을 펴는 것을 두고 자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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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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