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만 지갑 닫았다”.. 대한민국 ‘허리’, 무너지는 중
이자 폭탄·물가 압박, 소비 여력 증발.. 내수 경제 ‘위기 경고등’
대한민국, ‘중산층’의 지갑이 닫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른바 중산층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허리’가 무너지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소득층은 자산 증가와 소득 회복으로 소비가 정상화됐고, 저소득층 역시 정부의 지원 덕에 소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경제 중심축인 중산층만큼은 지출 회복이 더딘 상황입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3분위 중산층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액은 2020년부터 급격히 줄어든 뒤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1분위(저소득층)와 4·5분위(고소득층)의 소비지출액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오히려 늘었습니다.
■ ‘한계소비성향’ 급감한 중산층.. “소비 여력 무너졌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는 중산층의 상황은 ‘한계소비성향’ 지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2분위 소득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은 2019년 90.8%에서 2024년(1~3분기) 81.8%로 9%포인트(p) 급감했습니다. 3분위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이 100만원 증가했을 경우, 소비에 사용하는 금액 비율을 의미합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산층의 한계소비성향 감소는 물가 상승과 함께 가계대출 부담 증가로 인해 이자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됐습니다.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 여력이 급감했다는 말입니다.
■ 저소득층 소비 유지·고소득층 빠른 회복.. “중산층만 소외”
저소득층은 정부의 현금 지원 정책 등으로 소비 지출을 유지했으며, 고소득층은 자산 가치 상승과 소득 회복에 힘입어 빠르게 소비 정상화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중산층은 대출 이자 부담과 고물가 영향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며 소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 감소는 의류·신발, 개인용품, 보험료 등 중산층이 주요 지출을 담당하는 분야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중산층의 소비 침체는 필수품보다 가정용품, 여가활동 등 선택적 소비 분야에 집중되며 내수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소비 침체의 악순환.. ‘내수경제 위기’ 현실화
대한상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 안정적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축소될 경우, 내수 기반이 더 약화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소비 회복 속도를 비교하며, 코로나19 이후 중산층 소비 위축이 더 심각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가계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2.51% 줄었지만, 불과 1년 만에 2010년 2007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2020년 소비 규모는 전년 대비 2.82% 감소했으며, 이후 2022년까지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 “중산층 소비 회복 없이는 내수경제 회복도 없어”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인 중산층의 소비 회복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내수 경제의 활력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경제 회복의 실마리 역시 중산층의 소비 여력 회복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의 소비 위축이 단순한 경기침체 현상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와 고금리·고물가라는 악순환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계대출 부담 완화와 함께 중산층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며, 소비 쿠폰 지급과 같은 단기적 처방과 함께 실질소득 증가를 유도하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중산층의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며, 외국인 근로자 유입 확대 등 내수 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중장기적 대책 또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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