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의 평행이론, '준사법기관' 검찰에 묻는다 [서초동M본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완전히 풀려났습니다. 검찰은 즉시항고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법원에서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검찰이 항소나 항고를 하지 않는 건 이례적입니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항고·항소를 포기하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검경의 부실수사와 진범 논란이 있었던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은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극히 드문 사례입니다. 과거사 재심 사건마저도 검찰이 항고나 항소를 포기하는 일은 드문 일이라, 검찰이 스스로 보도자료를 내고 그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① 재판부의 말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윤 대통령을 풀어준 겁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먼저, 구속기간 산정 문제와 관련해 (1)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에 대한 기준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본 것 (2) 체포적부심 기간을 구속 기간에서 빼주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한 건 전례가 없던 방식이었습니다. 일선에서는 혼란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의문을 제기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언급하면서, 공수처에게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 없는지 명확한 판단은 내리지 않고 결정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 등이 있기 전까지는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막 공소가 제기되어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이다" (3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결정문)
윤 대통령 측이 줄곧 주장해온 공수처 수사권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절차적 문제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미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 사건에서 여러 차례 공수처 수사권이 일정 부분 확인된 바 있지만, 재판부는 이 문제를 구속 취소 사유에 언급하면서 대법원의 확실한 판단을 받아보려 했던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즉시 불복해 항고할 거라는 걸 염두해둔 표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구속기간 산정 문제는 지적하면서도 즉시항고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② 대법관의 말
그러자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검찰의 즉시항고를 압박했습니다.
[천대엽/법원행정처장(3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에서도 계속해서 재판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수로 계산하겠다라고 하고 있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앞으로 지금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그 재판부 취소 결정 재판부의 입장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통해서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은 가지고는 있습니다."
특히 이전의 즉시항고 사례들까지 언급하면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서 내세운 위헌 논리를 반박했습니다. 또 아직 즉시항고 가능한 기간이 남았다고 이례적인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법원행정처장으로서 법원의 개별 판단이나 대법원 판단에도 관여하지 않지만, 대법관 신분으로서 법적 문제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셈입니다.
[천대엽/법원행정처장(3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즉시항고 기간 7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 다른 3건의 즉시항고 그 사건에서도 보면 신병은 석방하고 그리고 즉시항고를 하고 이렇게 해서 판단을 받아 본 선례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어쨌든 그 재판부에서는 상고심의 판단을 통해서 이런 부분이 좀 논란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스스로 밝혔고 저희들 보기에도 그 부분은 지금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판단이 좀 필요하겠다…"
③ 대법원의 판단
위헌성을 주장하며 즉시항고를 피한 검찰이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즉시항고를 했던 사례도 버젓이 드러났습니다. MBC 보도로 검찰이 1심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했던 사례는 모두 8차례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2심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해 대법원이 들여다본 사례도 4건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주장해온 위헌 문제 등 제도 자체를 문제 삼은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위헌성이나 위법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차성안/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잖아요. 그러니까 석방하고 즉시항고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집행정지효 없는 즉시항고는 위헌소지도 없고 부적법하지도 않습니다."
14일 금요일 자정까지 즉시항고가 가능했지만, 검찰은 끝내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검찰 주장을 요약하면,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한 결정은 실무례에 반해 부당하지만 즉시항고는 위헌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항고하지 않고 본안 사건(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다퉈보겠다는 겁니다.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는 검찰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검찰총장이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숙고 끝에 준사법적 결정을 내린 이상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불쾌감까지 드러냈습니다.
검찰 내에서는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검찰도 구속기간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즉시항고하지 않았습니다. 행정부와 독립된 사법부에 준하는 위치라는 걸 강조한 '준사법기관'을 자처한 검찰이, 검찰총장의 최종 결단으로 사법부인 재판부와 대법관, 대법원의 말까지 모조리 뭉개버린 셈입니다.
윤 대통령이 당사자였던 검찰총장 징계 관련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2023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사건에서도 법무부는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징계가 무효라는 판단이 나오자 불복하지 않고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1·2심 판단이 엇갈렸는데도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상고를 포기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결국 법무부의 상고 포기로 윤 대통령의 징계는 취소됐습니다. 검찰총장의 비위가 발견됐을 때 어떤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대법원의 최종 해석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검찰은 2020년 4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수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입니다. 1년 뒤 김 여사 계좌에 영장을 청구해 계좌를 들여다봤지만, 민감한 통신내역 영장은 관여자들 중 김 여사가 쏙 빠진 채 진행됐습니다. 거주지나 사무실, 휴대폰 압수수색도 피해갔습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윤 대통령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2021년 10월 검찰은 관련자 9명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김 여사는 빠졌습니다. (이때는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검찰 시절입니다.)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는 4년 뒤인 2024년 7월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언제 할지 묻는 질문에 검찰은 줄곧 관련자들의 항소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2024년 9월 항소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 여사와 유사하게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 손 모 씨는 1심 무죄와 달리 항소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판단도 더 분명해졌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유죄가 인정된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며, 권오수 전 회장의 의사관여 아래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도 아닌 김 여사에 대한 녹취록을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모두 담았습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의사에 따라 거래를 한 걸로 의심된다는 내용입니다.
"권오수 전 회장 등의 의사관여 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그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하였을 뿐"…"김건희가 그 후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증권사 담당자가 김건희에게 사후보고를 하고 있을 뿐이고, 권오수 주장대로 김건희가 맡긴 증권사 담당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내용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9월, 서울고법 형사5부 판결문)
검찰도 의심이 되는 지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주가조작 세력의 작전이 시작되고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8만 주가 7초 만에 매도된 이른바 '7초 매도'.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7초 매도 당시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주도한 권오수 전 회장의 연락을 받고 주문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연락 내용이나 당시 상황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의심은 들지만 이를 뒷받침할 진술이나 물증이 없다는 겁니다.
② 헌법재판소의 의문 증거가 왜 없었는지는 헌법재판소가 재확인했습니다. 수사 초기 다른 피의자들과는 다르게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부장검사, 세 검사는 김 여사 봐주기 수사 의혹과, 브리핑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으로 탄핵소추됐다가 지난 13일 탄핵이 기각되면서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김 여사 수사 과정에 의문을 드러냈습니다.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의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였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3월 13일, 헌재 검사 3인 탄핵 기각 결정문)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김 여사 계좌가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고, '전주' 손 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됐는데,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는지는 왜 확인 안 했냐는 겁니다. 주가조작이 이뤄진 시점이 10년 이상 지나 추가 수사를 해도 증거를 못 찾을 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는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을 당한 손 씨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주포와 나눈 문자도 드러났다고 짚었습니다. 또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에서 김 여사에 우호적으로 발표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김건희의 무혐의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은 인정되나…" (3월 13일, 헌재 검사 3인 탄핵 기각 결정문)
검사탄핵 첫 변론에서 조상원 4차장 측은 "청구인(국회 측)의 주장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판단에 대한 이의신청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무혐의 결론을 직접 발표한 검사 측이 스스로 '준사법기관'을 굳이 언급한 속내가 엿보입니다.
서울고검은 김 여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무혐의 판단이 정당했는지 넉 달째 다시 따져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고검은 '부실수사'가 쟁점이 된 이번 검사 탄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혹여나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 재수사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헌법재판소에 수사 중이라며 김 여사 수사기록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수사 기록을 받지 못해 "추가 수사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결정문에 언급했습니다. 서울고검이 과연 김 여사에 대한 재수사를 명령할까요?
유독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에 대해 검찰은 의심을 거두었습니다. '인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 취소를 용인해 석방했고, 즉시항고 하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도 안 했고, 4년간 서면조사만 2차례 하다가 경호처 건물에서 대면조사를 해줬습니다. 무죄추정원칙을 철저하게, 과도하게 지키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마저 검찰이 김 여사의 무혐의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을 더 강조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사법부의 의심은 애써 외면하고, 준사법기관임을 내세운 검찰. '평행이론'처럼 두 사람에 대한 검찰 태도가 겹쳐 보이는 이유입니다.
과거사 재심 사건을 주로 변호해온 최정규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검찰의 기계적 즉시항고, 상소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국가폭력피해자 분들께 '검찰은 원래 그래요'라고 말하며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는 말을 했던 내가 틀렸다"고 했습니다. 검찰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며 과거사 사건 유족들과 함께 심우정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 앞에선 "최소한 법원 판단이라도, 상급심 판단이라도 받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는 안 먹혔습니다. 오히려 "준사법기관이 판단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기적의 논리'만 되돌아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찰개혁 논의가 커진 2019년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칼럼에서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준사법기관임을 자부할 정도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는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고 싶을 때만 준사법기관임을 외친 것은 아니었던가. 검찰비판에 방어막으로 준사법기관성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던가." (2019년 10월, 경향신문 [하태훈의 법과 사회] <'준사법기관'에 걸맞은 검찰이어야>)
윤 대통령 부부는 공천개입 의혹으로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 "검찰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 판단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다시 두 사람을 마주한 검찰에게 같은 물음을 던져봅니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임을 자부할 수 있는가"
김상훈 기자(s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5/society/article/6696569_367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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