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고 전도성 높은 꿈의 신소재 ‘맥신’… 꿈 같던 대량생산 현실화[Science]

조해동 기자 2025. 3. 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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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두께 수준 2차원 나노 물질
세라믹인데도 기계적 가공 용이
전자파·박테리아 차단능력까지
KERI 설승권 박사팀
‘맥신’ 활용 고해상도 3D 인쇄
세계적 학술지 ‘스몰’ 표지에
바인더 없이 쓸 수 있도록 제조
KIST 이승철 박사팀
표면 분자 분포 예측방법 개발
분자의 종류와 양 파악 쉬워져
생산과정서 품질관리 가능해져
그래픽=김유종 기자

세라믹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연성이 있어서 기계적인 가공이 가능하고 열과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맥신(MXene)이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맥신을 활용해 고해상도 3차원(D) 미세 구조물을 인쇄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꿈의 신소재 맥신이란

맥신은 미국 드렉셀대의 유리 고고치 교수 연구팀이 2011년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처음 보고한 원자 두께 수준의 2차원 나노 물질이다. 맥신은 맥스(MAX)라는 결정성 물질로부터 만들어지는데, 맥스에서 M은 전이금속을, A는 13족(붕소·알루미늄) 또는 14족(탄소·규소·게르마늄) 원소를, X는 탄소와 질소를 가리킨다.

맥스 결정은 층상 구조를 가지는데 세라믹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연성이 있어 기계적인 가공이 가능하고, 열과 전기전도성이 우수하다. 또 가공을 위해 형태를 변형하면 층상 구조가 서로 미끄러지며 박리가 일어나는 특성을 나타낸다.

그 뒤 계속된 연구를 통해 맥신은 2차원 물질 고유의 우수한 특성에 더해 전이금속과 탄소, 질소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맥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나아가 뛰어난 전자파 차단과 에너지 저장 능력, 다른 소재와 접촉할 때 전자를 흡수하는 능력, 물리적 변형에도 유지되는 전기전도성,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중 기체에 대해 가장 민감한 전기화학적 반응, 물을 정화하고 박테리아 통과를 막는 등의 다양한 성질이 속속 발견되면서 전 세계 연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다.

◇3D 프린팅용 나노잉크 개발

최근에는 한국전기연구원(KERI) 스마트3D프린팅연구팀의 설승권 박사팀이 맥신을 활용해 고해상도의 3D 미세 구조물을 인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맥신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지만, 3D 프린팅 분야에 맥신을 적용하려면 별도의 첨가제(바인더)가 필요하며, 인쇄에 맞게 최적의 잉크 점도(농도)로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맥신의 공급량이 너무 많으면 고농도의 잉크가 피펫(정확한 부피의 용액을 옮길 때 사용되는 기구) 노즐을 막는 문제가 발생했고, 반대로 양을 크게 줄이면 원하는 구조물을 충분히 인쇄하는 데 한계가 발생했던 것이다.

설 박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보유한 ‘메니스커스(Meniscus)’ 방식을 활용했다. 메니스커스는 물방울 등을 일정 압력으로 지그시 누르거나 당기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물방울이 터지지 않으면서 외벽에 곡면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KERI 연구진은 높은 친수성(親水性)을 보유한 맥신을 바인더 없이 물에 분산시켜 낮은 점도로도 고해상도 미세 구조물을 인쇄할 수 있는 3D 프린팅용 나노 잉크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인쇄 원리는 단순하다. 먼저, 3D 프린터 노즐에서 잉크를 분사하면 맥신 등 나노 물질이 메니스커스를 통로로 삼아 뿜어져 나온다. 이때 잉크의 메니스커스 표면에서 물(용매)이 빠르게 증발하고, 내부에 강한 인력이 작용해 나노 물질들이 서로 결합하게 된다. 이렇게 노즐을 이동하며 해당 과정을 연속해서 진행하면 전기가 통하는 3D 마이크로 구조물이 탄생하는 원리다.

이번 성과는 첨가제 없이 맥신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방법으로, 결과물도 뛰어났다. 인쇄 해상도는 기존 기술 대비 무려 270배나 높은 1.3㎛(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높은 평가를 받아 독일 와일리(Wiley) 출판사의 재료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스몰(Small)’ 표지 논문으로 최근 선정됐다. KERI는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수요 업체를 발굴할 계획이다.

◇대량생산 가능성

맥신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덮인 분자의 종류와 양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표면에 덮인 분자가 불소일 경우 맥신의 전기전도성이 낮아져 전자파 차폐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신은 두께가 1㎚(나노미터·10억 분의 1m)에 불과해 표면에 붙은 분자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도 여러 날이 소요돼 지금까지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인도협력센터 이승철 박사 연구팀은 맥신의 ‘자기수송’(Magnetoresistance·자기장의 변화에 따라 물질의 전기 저항이 변하는 현상) 특성을 이용해 표면의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간단한 측정만으로도 맥신의 분자 분포를 분석할 수 있게 돼 생산 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대량생산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표면에 붙은 분자에 따라 전기전도도 또는 자기적 특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2차원 소재의 물성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개발된 물성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맥신의 표면을 분석한 결과, 자기수송에 영향을 미치는 홀산란인자(Hall Scattering Factor)가 표면 분자의 종류에 따라 극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홀산란인자는 반도체 물질의 전하 운반 특성을 나타내는 물리적인 상수로, 동일한 맥신을 제조하더라도 홀산란인자는 불소인 경우 가장 높은 2.49, 산소의 경우 0.5, 수산화물의 경우 1의 값을 각각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분자의 분포를 분석할 수 있었다.

이승철 KIST 한·인도협력센터 센터장은 “순수한 맥신의 제조 및 특성에 집중된 기존 연구와 달리 제조된 맥신을 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표면 분자 분석에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균일한 품질을 가진 맥신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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