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보다 200배 강한 그래핀, 재미로 즐기던 ‘금요일밤 실험’의 결과물[Science]

박수진 기자 2025. 3. 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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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발견된 지 21년 된 '그래핀'(graphene)도 '꿈의 신소재' '신의 물질'로 불린다.

그래핀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아 쓰는 디스플레이부터 투명 망토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경북 포항시의 경우 양자컴퓨터·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응용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래핀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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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에 테이프 붙였다 뗐다 반복
접착면에 묻은 그래핀 분리 성공
선박 코팅·강화 콘크리트 넘어
양자컴퓨터·배터리 등 적용 기대

올해로 발견된 지 21년 된 ‘그래핀’(graphene)도 ‘꿈의 신소재’ ‘신의 물질’로 불린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0.35㎚의 얇은 막 구조다. 강철보다 200배 강한 강도, 구리보다 100배 이상 뛰어난 전기전도성, 구부리거나 늘려도 전류가 흐르는 유연성, 빛의 97.7%를 투과시키는 투명성, 다이아몬드보다 뛰어난 열전도성으로 일찌감치 혁신적 소재로 각광받았다. 200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며 그래핀을 발견했던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일약 과학계 스타로 떠올랐고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이 그래핀을 발견한 것은 ‘금요일 밤의 실험’을 통해서다. 가임과 노보셀로프 교수 등은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키거나 게코도마뱀 발바닥을 흉내 낸 테이프를 만드는 등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실험을 하며 금요일 밤을 즐기곤 했다. 그래핀 발견도 재미 삼아 가장 얇은 막 만들기에 도전하다 우연히 이뤄졌다.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그래핀 분리에 성공한 것이다. 그래핀과 스카치테이프 간 접착력이 그래핀끼리의 결합력보다 세다 보니 스카치테이프 접착면에 얇은 그래핀이 붙어 떨어져 나오게 된 것이다. 사실 그래핀이라는 개념 자체는 이미 1947년 캐나다 물리학자 필립 월러스가 이론적으로 예측하면서 등장했다. 흑연의 전자 구조를 연구하면서 흑연이 매우 얇은 한 층으로 존재하면 특이한 전자적 성질을 지녔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이후 많은 과학자가 추출을 시도했지만 2004년 이전엔 모두 실패했다.

그래핀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아 쓰는 디스플레이부터 투명 망토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부푼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대량생산하기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금속을 촉매로 한 ‘화학적 증기 증착법’으로 그래핀 합성에 성공하긴 했지만 고르지 못한 그래핀 품질이 또 다른 걸림돌이 됐다. 그래핀을 여러 겹으로 쌓은 그래핀 나노플레이트 등을 개발해 선박 코팅이나 강화 콘크리트 등 일부 산업에 쓰는 정도로, 여전히 상용화 초기란 평가를 받는다.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긴 했지만 그래핀 상용화를 위한 여정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 뇌종양 수술 시 그래핀을 이용해 암세포를 찾기 위한 임상시험이 시작된 게 대표적 예다.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키는 그래핀 특성을 활용해 미세한 전기신호로 제거할 암세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그래핀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 포항시의 경우 양자컴퓨터·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응용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래핀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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