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구의 스포츠 르네상스] 타이거 우즈의 혁명적 실험 TGL 개막… 골프의 미래 바꿀 것인가

골프 산업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할까? 수일 동안 매일 다섯 시간씩 중계하는 게임을 미래 세대가 계속 볼 것인가? 경기장이 제일 넓은 스포츠인 골프의 높은 대회 개최 비용 구조는 앞으로도 효율적일까? 골프는 언제까지 점잖아야 하나? 골프 산업에 던져지고 있는 질문들이다. 보수적인 백인 스포츠에서 돌풍을 일으킨 타이거 우즈가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의 주체가 돼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다.

골프는 보수성이 강한 스포츠다. 변화보다 전통에 무게중심을 둔 완고한 규칙을 갖고 있다. 2019년에 와서야 깃대를 꽂은 상태에서 퍼팅을 허용하고, 드롭 규정을 완화하며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차별의 역사도 심각했다. 미국의 오거스타는 2012년에서야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를 시작으로 여성 회원의 입회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에게도 ‘검은 친구가 흰 공을 때리며 돈을 벌어간다’는 인종 차별적 발언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골프는 우즈의 실력과 존재감에 힘입어 성장했다. 프로 투어의 상금 규모, 중계권료, 대중화, 장비 산업의 발전, 글로벌 확장 등에서 골프는 1996년 우즈의 데뷔 이후 급성장했다. 오랫동안 북미와 유럽에서 소수만 즐겼지만 이제는 글로벌 메이저 스포츠로 성장했다. 견제와 차별을 이겨내고 기존 시스템의 최고 자리에 섰던 우즈가 이제는 혁신을 주도하며 골프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 혁신적인 규정과 제도, 최신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골프 경험을 제공하는 TGL(Tech-infused Golf League)이 그것이다.
지난 1월 개막한 TGL은 스크린 골프와 실제 필드 골프를 융합한 형태다. TGL이 열린 플로리다주 소파이(SoFi) 스타디움은 1500석 규모다. 실제 골프장 10분의 1 넓이의 부지에 지어졌다. TGL에서 롱게임은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해, 우즈가 투자한 시뮬레이터 ‘풀스윙’을 통해 분석돼 15m 높이 대형 스크린에 구현된다. 숏게임은 360도 회전하며 유압식 요철이 변화해 홀마다 다른 굴곡을 만들어 내는 그린존에서 이뤄진다.
젊은 팬을 잃게 만드는 긴 경기 시간도 과감히 15홀 방식과 40초 제한 ‘샷 클록(Shot Clock)’을 도입해 두 시간으로 줄였다. 팀 스포츠 요소를 도입해 1~9홀까지 3인 1조 얼터너티브 방식의 팀 경기와 세 명의 선수가 10~15홀까지 두 홀씩 개인 매치를 하는 혼합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계도 스파이더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제공한다. 선수들은 마이크를 착용해 시청자 및 팬들과 교감하게 했다. 화려한 음향 및 특수 효과를 활용한 연출도 도입했다.
데뷔 초기 우즈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보수적인 골프계에서 경박하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TGL에서는 선수들이 야구나 축구와 같이 화려한 세리머니와 적극적 감정 표현을 하며 관중들과 교감한다. 주말 내기 골퍼의 ‘배판’과 같은 ‘해머(Hammer)’라는 찬스권 도입으로 드라마적 승부 요소를 추가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왁자지껄하고 흥겨워 골프 대회보다는 야구 경기에 가깝다.
골프는 정해진 규격이 없다. 모든 홀과 코스가 서로 다른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TGL의 인공 환경은 골프답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대신 TGL은 기술과 디자인적 상상력으로 자연을 대체하는 시도를 한다. 디지털에 기반한 코스 설계는 토목적,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홀 구성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한다. 현실 지형에서는 불가능한 형태의 TGL의 시그니처 홀인 ‘퀵 드로 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샷 영상과 각종 데이터가 디지털 기반으로 생성돼 미디어 콘텐츠로서 활용성이 좋다.
TGL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골프의 미래를 위한 실험적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의해 출범한 새로운 골프 리그인 LIV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LIV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PGA투어의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통적인 골프계의 구조를 흔들었다. 우즈는 LIV에 우려를 표시하며 PGA의 전통과 가치에 지지를 표시했다. 이러한 지형 변화 속에서 우즈는 TGL이라는 제3의 대안을 제시했고, PGA와 손을 잡았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이란 ‘기존의 자산으로부터 미래에도 통용될 수 있는 지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조셉 슘페터는 ‘마차를 이어놓는다고 기차가 되지 않는다’는 유명한 비유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기존의 틀을 깨뜨리지 않고서 새로운 가치와 체계를 창출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즉 혁신은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 제시의 과정이어야 한다.
타이거 우즈와 TGL의 혁신은 골프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한다. 또한 과감한 기술 도입과 제도 혁신을 통해 창조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 규칙 개정에도 수십 년이 걸리던 골프계 문화에서 TGL의 시도는 혁신을 넘어 혁명적이기까지 하다.
TGL의 또 하나의 의미는 ‘스포츠에 과학 기술이 어디까지 결합될 것인가’에 대한 실험적 접근이다. 고도의 훈련을 통한 탁월한 몸의 움직임과 경쟁 상황에서의 전략과 판단, 그리고 인간의 불완전함이 만들어 내는 의외성이 수반되는 승부가 스포츠의 본질이다. 로봇과 AI가 스포츠에 사용되는 미래가 눈앞에 와 있다. 기술이 스포츠에서 인간의 역할을 어디까지 대체할 것인가? TGL의 실험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다.
인류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한다. 가장 보수적인 스포츠인 골프에서 창조적 파괴가 수반된 혁신이 선제적으로 시도되었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구시대의 무게를 극복한 영웅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주도하고 있다. TGL이 우즈의 인생만큼 드라마틱한 골프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립니다] 약 안쓰고, 호르몬 관리… 조선멤버십 회원만 참석하세요
- [아무튼, 주말]#대동맥권위자송석원#코스피6000시대기업史
- ‘이것’만 챙겨도 월 4만원 더... 3월부터 주택연금 수령액 늘어난다
- 온 집안 진동하는 생선·고기 냄새 걱정 끝, 무연그릴 특별 할인 [조멤 Pick]
- 서울대 연구진 모여 보톡스 성분 화장품 개발, 미국 일본 등 수출 대박
- 국내 3위 브랜드가 작정하고 만든 50만원대 16인치 노트북
- 100만원대 못지 않은 국내 개발 무선 청소기, 12만5000원 특가 공동구매
- 고기·생선 구이 연기와 냄새 확 빨아 들여, 완성형 무연그릴 11만원대 초특가
- 소변 자주 마렵고 잔뇨감 때문에 고민, ‘크랜베리’ 먹은 후 생긴 변화
- 단백질 달걀의 3배, 노화를 늦추는 가장 간편한 아침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