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4] 옥수수와 ‘트럼프 관세’

미국 컨트리 음악계의 비틀스라 불리는 4인조 앨라배마는 1969년 결성 이후 5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역을 고수하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통산 75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밴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멤버는 모두 남부 앨라배마주 출신이다. 남부 백인의 삶을 낙관적으로 그려왔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이들은 2015년 발표한 이 노래에서 그들의 주 고객이기도 한 미국의 농부들에게 이렇게 찬사를 바친다. “미국의 농부여, 우리 모두는 그대들에게 기대고 있지요/우리 미국을 먹여 살리는 미국의 농부여(American farmer, we′re all depending on you/American farmer, feeding the red, white and blue).”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이제는 옥수수까지 밀어닥쳤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옥수수는 쌀과 밀과 함께 인류의 3대 곡물 중 하나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 브라질과 3대 옥수수 생산국이다. 또한 옥수수는 1980년대 이후 저비용 고효율의 당분을 제공하는 액상 과당의 주원료로 쓰인다.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청량음료와 과자들은 이제 액상 과당 없이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트럼프에게 선제 공격을 당한 멕시코는 관세 보복으로 미국산 옥수수를 타깃으로 삼으려고 한다. 멕시코는 미국산 옥수수의 최대 구매국이다. 지난해에만 56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멕시코와 더불어 첫 번째 희생자가 된 캐나다는 아예 미국산 주류를 매장에서 철수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리고 EU 또한 미국산 위스키 관세를 50% 인상하며 저항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버번 위스키의 본고장인 남부 켄터키주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버번의 주재료가 다름 아닌 옥수수이므로 주류 업체뿐만 아니라 옥수수 농가까지 파장이 미칠 것은 명백하다.
제조업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농업을 희생시킬 것인가. 트럼프 정부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으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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