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무장 경거망동하다 ‘민감국가’ 지정된 윤 정권

한겨레 2025. 3.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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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원자력·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오랜 동맹인 우리에게 이런 충격적 조처를 취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한국 내 '자체 핵개발' 논의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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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디시에 위치한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초 한국을 원자력·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로 지정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원자력·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이 제한되는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오랜 동맹인 우리에게 이런 충격적 조처를 취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한국 내 ‘자체 핵개발’ 논의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미국이 반대하는 자체 핵무장의 길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국익에 해가 되는 여론 선동을 멈추고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15일(현지시각) “에너지부는 광범위한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스시엘)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 정부(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에스시엘 내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민감국가는 위험 단계에 따라 ‘테러지원국가’(북한·시리아·이란 등), ‘위험국가’(중국·러시아 등), ‘기타 지정국가’ 등으로 구분된다.

미 에너지부가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 제한은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당장 양국 간의 여러 교류·협력 사업이 중단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에 없던 사전 심사·승인 절차가 생겨나면서 연구 협력의 질이 떨어지거나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에너지부는 아직 민감국가 지정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은 2019년 2월 ‘하노이 실패’ 이후 북핵 위협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면서부터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월 “마음만 먹으면 1년 내에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고 있다”는 말로 큰 충격을 던졌고, 최근엔 일부 전문가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는 ‘희망 회로’를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위태로운 여론 동향을 지켜보던 미국이 12·3 내란사태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며, 명확한 반대 메시지를 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핵무장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비확산 체제’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핵을 갖겠다, 안 되면 잠재력이라도 갖겠다’고 시끄럽게 외쳐댈수록 일본과 같은 수준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 길도 막히게 된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은 ‘비핵 3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지금과 같은 권한을 손에 넣었다. 일본의 사례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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