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사교육 대책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2025. 3.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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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 News1 홍예나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 학생 수는 주는데 사교육비는 30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언론이 떠들썩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증가 원인을 나름대로 진단하고,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도,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답답하리라. 사교육 열풍의 원인과 미래형 대책은 무엇일까. 정말 그러한 것이 있을까.

사교육 열풍의 근본 원인

의대 열풍, 대입 제도 변화 등은 최근의 사교육비 증가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근본 원인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 사회 체제다. 부모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하게 학생 실력만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대입 당락을 결정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하버드대도 40%가량은 부모의 배경을 반영해 선발한다. 좋은 직업을 배분할 때도 부모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최대한 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부유층과 권력층만이 아니라 빈곤층도 사교육에 뛰어들고, 그렇지 못할 때 박탈감을 느낀다. 무한 경쟁의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시험 부담 완화를 비롯한 어떤 대입제도를 도입하든 사교육을 막기는 어렵다. 학부모의 인식 전환도 일부 필요하지만, 학부모를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다른 원인은 일단 2부 리그(중소기업 혹은 비정규직)에 편입되면 1부 리그(대기업 정규직을 포함한 모두가 선호하는 좋은 직장)로 이동하는 것이 극히 어려운 노동시장의 양극화 및 이원화 상황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의사는 평균 소득이 4억 원, 중위소득이 2억 7000만 원에 달한다.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의 거의 10배에 달하고, 자격 유효기간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 열풍으로 인한 사교육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이에 더해 사회안전보장 시스템이 불완전해 개인의 미래는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부모의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사교육 유형과 사교육 대책

사교육은 제1유형(돌봄형, 예체능 등 취미·특기형, 학력보충형)과 제2유형(경쟁우위형)으로 크게 나뉜다. 우리 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사교육은 교육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우위형 사교육이다. 영어유치원, 초등 의대반, 고액 선행학습 학원, 대입 준비 기숙학원 등의 고액 사교육이 그 예다.

제1유형 사교육은 국가 통제나 지원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최근에는 돌봄까지 포함한 늘봄학교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가 더 할 수 있는 부분은 기초학력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학력보충형 사교육비 대책이다. '기초학력보장법'을 통해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20점에서 60점 미만 사이의 기초학력부진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기초학력 부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공교육 안에서 이를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교육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제2유형 사교육이다. 사교육비 중에서 사회악으로 규정되고 있고, 가장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쟁우위형 사교육은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제도와 문화가 종식되지 않는 한 없앨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교육과 국가 경쟁력

만일 어느 순간 사교육비가 비정상적으로 급감한다면 이 또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교육 에너지인 학부모 교육열이 사라진 것이고, 그 결과 교육 엔진은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투자하는 대신 모든 재화를 자기 세대에서 탕진해 버린다면 국가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부모들의 교육 투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개인의 더 나은 행복한 삶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국제 관계가 약육강식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는 학생들의 미래형 고급 역량 제고에 달려있다. 사교육이 문제 풀이 역량이 아니라 그러한 고급 역량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도록 대입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서울 시내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10년 후의 대입제도 만들기

스위스처럼 대학이 정하는 기준에 도달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의대 제외)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준 도달자 대상 추첨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교육 열풍은 지속될 것이다.

고위공무원과 공기관 신입사원 등 선호하는 직군 선발 시 한 대학 5% 이내라는 상한선을 두어, 추첨으로 명문대 합격한 사람은 세계와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보완장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무리 이상적인 대입 제도라 하더라도 자기 아이에게 손해가 된다면 반대할 것이다. 대입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인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10년 후의 미래형 대입제도를 논의한다면, 모두 열린 마음으로 논의에 임해 합의된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시스템과 문화 재설계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받는 것이 개인의 실력 향상만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를 포함한 공동체의 발전, 나아가 보다 공평한 세상이 되는 데 보탬이 되게 사회 시스템과 문화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것은 청소년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고급 지적 역량, 공감력과 소통력을 포함한 정서적 역량 등을 제대로 측정하는 내신 평가와 대입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어려움을 겪을 소외계층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해당 대학(학과)의 사회통합전형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이들을 위한 역차별 수준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도한 경쟁에 따른 만성 고통을 겪고 있다. 더 큰 안목으로 공존하는 행복한 삶의 의미를 탐색하고, 이에 필요한 사회 제도와 대입제도, 그리고 문화를 재설계하기 위해 사회구성원이 합심할 때 우리는 그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교육분과 위원장, 전남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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