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비축미 이례적 방출에도… 약발 안 받는 ‘가격 안정화’ [세계는 지금]
5kg에 4만3000원… 1년 새 2배 올라
日정부, 재해 등 때만 풀던 원칙 깨
상승세 억제 기대했지만 효과 없어
유통 과정 ‘투기성 거래’ 문제 꼽아
“쌀 생산량 자체가 적은 것” 시각도
‘감반정책’ 폐지 등 정책 전환 논의
‘사라진 쌀→유례없는 가격 급등→레이와(令和·2019년부터 사용하는 일본 연호) 쌀소동 재연 우려’

지난달 28일 쌀 특판행사가 열린 도쿄의 한 마트 매장은 북적였다. 평소보다 500엔(약 4900원) 싸게 판다는 소식에 손님들이 몰린 것이다. 한 70대 여성은 아사히신문에 “요즘 쌀값이 오르는 게 장난이 아니다. 정부 판단이 늦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40대 주부는 “나는 값싼 면류를 먹고,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날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이 ‘역사적 급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쌀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매물가통계 조사에서 쌀 5㎏ 가격은 전달보다 178엔(1760원) 오른 4363엔(4만3100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간 계속된 가격 상승이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1922엔(1만9000원) 비싸져 2배에 육박했다. 아사히는 “쌀 관련 물품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81.6”이라며 “비교가능한 수치가 있는 197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심상찮은 상황에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일 비축미 21만t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쌀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경우에 대비해 매년 약 20만t, 5년분 100만t를 보관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비축미 방출은 이례적인 대응이다. 비축미와 관련된 현재의 시스템이 마련된 2011년 이후 세 번째이긴 하지만 앞선 두 번은 동일본대지진(2011년), 구마모토지진(2016년)에 대응한 것이었다. 이번처럼 쌀이 부족해 방출을 결정한 적은 없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는 지금까지 흉작이나 재해시에 한정해 비축미를 방출해 왔다”며 “하지만 쌀값 상승에 따라 1월 말에 운용지침을 바꿔 쌀의 원활한 유통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도 방출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짚었다. 지난 10일 우선 15만t에 대한 입찰이 진행됐다. 시장에 풀려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시점은 이번 달 말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이런 분석이 맞다면 비축미 방출로 쌀값이 잡히는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런 기미가 없다. 이 때문에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쌀 생산량 자체가 적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아사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농림수산성이 지난해 생산량을 과대하게 계산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고, 농가에서 생산량 추계에 바탕이 되는 작황지수가 ‘실제보다 높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쌀이 충분치 않다. 비축미 방출은 사막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아서 쌀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유통업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정부 관계자도 아사히에 “쌀값 상승의 원인은 투기가 아니라 단순히 쌀이 충분치 않은 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쌀품귀에 이은 올해 쌀값 급등은 일본 정부의 긴장감을 바짝 올리고 있다. 쌀 관련 기본정책의 전환이 논의되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총리관저로 와타나베 쓰요시(渡邊毅) 농림수산성 차관을 불러 ‘감반(減反)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감반정책은 전후 일본에서 쌀 생산량 조정을 위해 유지해 온 것으로 경작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서양화된 식습관, 고기, 유제품, 빵 등의 소비 증가로 쌀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응한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감반정책에 1960년대 세계 3위였던 일본의 면적당 쌀 수확량은 지난 10년 사이 한국, 중국 등에 뒤처져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농림수산성이 검토 중인 방안은 일본 식문화의 해외 확산이다. 일본식 먹거리가 인기를 얻으면 일본쌀 소비도 늘어나지 않겠냐는 논리다. 스마트농업 등으로 생산성을 올려 2030년에는 수출량을 지금보다 8배 수준인 35만t으로 늘려 잡을 방침이다. 이런 목표는 5년마다 개정하는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에 반영된다.
아사히는 “내년 중에는 근본적인 쌀 정책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라하타 가쓰미(荒幡克己) 일본국제학원대 교수는 “개혁이 늦어질수록 국제경쟁력은 떨어지고, 의욕 있는 젊은이들이 농업에 뛰어드는 것도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폭넓게 의견을 모아 목표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부모님 빚 갚고 싶었다”… ‘자낳괴’ 장성규가 청담동 100억 건물주 된 비결
- “비데 공장 알바서 45억 성북동 주택으로”… 유해진, 30년 ‘독기’가 만든 자수성가
- “방배동 1만 평·3000억 가문”…이준혁·이진욱, 집안 배경 숨긴 ‘진짜 왕족’
- “매일 1만보 걸었는데 심장이”…50대의 후회, ‘속도’가 생사 갈랐다
-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싹 정리할까 합니다” [수민이가 궁금해요]
- ‘냉골방’서 ‘700억’ 인간 승리…장윤정·권상우, 명절에 ‘아파트 한 채 값’ 쓰는 클래스
- “왕십리 맛집 말고 구리 아파트 사라”… 김구라, 아들 그리에게 전수한 ‘14년 인고’의 재테
- “대기업 다니는 너희가 밥값 내라”…사회에서 위축되는 중소기업인들 [수민이가 슬퍼요]
- “피클 물 버리지 말고, 샐러드에 톡톡”…피자 시키면 '만능 소스'를 주고 있었네
- 부산 돌려차기男 ‘충격’ 근황…“죄수복 터질 정도로 살쪄” [사건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