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앞둔 엄마, 슬픔대신 행복나눈 '이곳'…"의학의 완성"[인터뷰]
국립암센터 완화의료실 박소정 실장 인터뷰
환자·가족의 편안함 최우선 고려 '치유 공간'
"호스피스 부정적 인식 개선 무엇보다 중요"
"환자 곁 삶의 마무리 돕는 게 의학의 완성"
![[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소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 실장이 7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3.07. bjk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2/NISI20250312_0020728841_web.jpg?rnd=20250316060634)
[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소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 실장이 7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3.07. bjko@newsis.com
지난 7일 찾은 경기도 고양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이곳의 말기 환자들은 A씨처럼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병원이 죽음이 가까워질 때 단순히 머무르는 장소의 개념이 아닌 소소한 삶이 이어지는 공간인 것이다.
병동은 총 13병상 규모(1인실·2인실·4인실)로 환자와 가족의 편안함을 최우선하는 '치유의 공간'으로 설계됐다. 환자들은 음악, 미술, 아로마 요법,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책도 볼 수 있는 휴게공간도 있다. 이곳에는 환자가 소원을 적은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우체통도 있다. 우체통으로 들어간 카드는 병동 6층에 조성된 바람정원에 걸린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와 가족은 평온실에서 마지막 남은 나날들을 함께한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환자들의 임종을 돌봐온 의사가 있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 박소정 실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다. 가정의학 전공의 시절 호스피스 병동에서 수련을 받으면서 환자의 마지막을 지키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박 실장은 지난 7일 국립암센터 신관 5층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을 당시 의사들 사이에서 환자의 죽음은 의사의 의학 또는 치료의 실패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면서 "하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가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의학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삶에서 탄생이 있듯 죽음도 있고, 누구나 마지막 순간은 있다"면서 "호스피스가 죽기 전 가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실장과의 일문일답.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를 안내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죽음을 떠올립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암 치료의 방향과 목표를 바꿔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 분들에게 질환을 완전히 고치는 것은 어렵지만 최대한 통증을 완화해 삶의 질을 유지함으로써 마지막까지 잘 지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고 설명해 드립니다."
-말기 암 환자들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소정(가운데)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 실장이 7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입원 환자 회진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염윤경 수간호사. 2025.03.16. bjk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2/NISI20250312_0020728865_web.jpg?rnd=20250316060634)
[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소정(가운데)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 실장이 7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입원 환자 회진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염윤경 수간호사. 2025.03.16. bjko@newsis.com
-국립암센터는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중앙호스피스가 매년 10월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고요. 2016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호스피스의 날'(매년 10월 둘째주 토요일)도 지정되고, 돌봄 서비스 정보도 접하기 쉬워지면서 요즘에는 인식이 다소 달라졌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환자를 의뢰받아 협진을 가서 '호스피스 전문의'라고 하면 '저승사자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지식이 늘어난 것과 심리적 수용은 별개여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보통 어떤 단계를 거치나요?
"보통 환자의 80~90%는 임종 1~2주 전부터 점점 수면 상태로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죽음을 앞둔 환자들은 심리적 측면에서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박 실장)
"미국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에 따르면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인데요. 환자가 죽음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게 호스피스 팀의 역할입니다. 가족들의 지지 속에서 완화 의료를 좀 더 빨리 접하고 받아들이는 환자들이 죽음도 더 잘 수용하는 것 같습니다."(진유정 사회복지사)
-지난달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82%가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국내에서 조력 존엄사를 시행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의료인들이 2016년 제정된 연명의료제도조차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호스피스 완화 의료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조력 존엄사는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가 충분히 정착되고 돌봄 공백이 없어질 때 논의돼야 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10년 넘게 근무하시면서 가장 힘드신 점은 무엇인가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어떻게 오랫동안 돌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환자가 평온한 상태에서 임종을 맞으시면 오히려 보람을 느낍니다. 가장 힘든 점은 입원한지 하루이틀 만에 팀원들로부터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임종을 맞으시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를 보면 국내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총 101곳이고, 이 중 가정형 호스피스 기관은 39곳인데요. 가정형 호스피스를 확대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인력이 팀을 이뤄 완화의료를 제공해 인건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역별 편차를 줄이고 부처 간 흩어져 있는 호스피스 사업을 통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은 말기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기 보다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5/NISI20250315_0001792357_web.jpg?rnd=20250315180115)
[서울=뉴시스]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실은 말기 환자가 죽음을 기다리기 보다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신체적 고통에서 자유롭고, 원하는 곳에서, 배우자나 자녀 등 원하는 사람과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3분의1은 암, 3분의1은 장기부전, 나머지 3분의1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대다수 암 환자들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 의료 대상은 말기 암, 말기 만성 호흡부전, 말기 만성 간경화, 말기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4개 질환인데요. 이를 어떻게 얼마나 확대 적용해 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 모든 의료인이 필요로 하는 말기 환자를 선별해 완화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 나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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