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비봉이'의 억울한 죽음이 남긴 것 [고은경의 반려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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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수족관에서 지내다가 2022년 10월 16일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관련, 뒤늦게 발간된 백서의 문제점을 짚은 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남긴 반응 중 일부다.
수족관에서 17년간 돌고래 쇼에 동원되다 고작 48일의 야생적응 훈련기간을 거쳐 바다로 내보내진 비봉이는 방류 당일부터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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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초등학생 한 명 데려다 놓고 살라는 것과 다른 게 뭐지?", "사람을 40년간 감옥에 가뒀다 100일간 직업 훈련 시켜 사회로 보낸다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겠나?"
장기간 수족관에서 지내다가 2022년 10월 16일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관련, 뒤늦게 발간된 백서의 문제점을 짚은 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남긴 반응 중 일부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415140002102)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가 비봉이 방류를 우려하며 비유했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고래류 방류에 대해 "지방 보육시설에서 길러진 아이를 어른이 된 후 집, 돈, 일자리, 가족 등 생존에 필요한 어떤 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도시에 던져 놓은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수족관에서 17년간 돌고래 쇼에 동원되다 고작 48일의 야생적응 훈련기간을 거쳐 바다로 내보내진 비봉이는 방류 당일부터 찾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는 방류 전부터 성급한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방류 이후에는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에 실패 인정과 책임 규명을 촉구해왔다.
계속 미루던 해수부는 지난 1월에서야 백서를 조용히 발간했다. 그나마 기자가 백서 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문했던 관계자들에게 소식을 이메일로 알렸다. 이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방류 당시 장관이 나와 발표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백서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지만 기본적 자료조차 포함돼 있지 않은 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비봉이를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의 죽음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각기 다른 이유로 방류에 찬성했던 이들이 모여 '답정너'식으로 진행한 방류는 비봉이의 죽음으로이어졌다. 이는 '수족관 대신 바다에 갈 기회라도 얻지 않았냐', '민관합동으로 시도한 데 의의가 있다'는 궤변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비봉이의 죽음을 기리고 책임을 규명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제2의 비봉이가 나오지 않도록 남아 있는 수족관 고래류를 위한 책임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법과 정책을 보면 암울하다.
비봉이를 내보낸 호반퍼시픽리솜이 2022년 해양보호생물인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허가없이 거제씨월드로 보낸 것과 관련, 13일 위법이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에 그쳤다. 또 현행법은 고래류 신규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가 태어난 것 역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담당 부처인 해수부는 "재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육환경 점검 등 감시, 감독 체계를 구축한다며 도입한 수족관 검사관제도 언제 시행될지 모른다. 지난달 검사관이 임명됐지만 해수부와 수족관 허가권자 경남도청은 시행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나 교육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족관 고래류가 다 죽어야만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서울대공원에 있다 퍼시픽리솜, 거제씨월드까지 쫓겨간 태지를 비롯한 수족관 고래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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