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공개 도살’ 동의하시나요?…“풍습 VS 불법”[댕냥구조대]
제주도 서귀포시 한마을 제사 위해 돼지 공개 도살
마을 주민들 “제주도의 오랜 풍습 중 하나일 뿐”
서귀포시 “동물학대법은 반려동물에게만 적용”
동물단체 “동물학대법 위반…생명경시 풍조 우려”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공개 도살이 동물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제주도 서귀포시 동물보호팀)
“공개된 장소에서의 동물 도살은 동물보호법상 엄연한 불법이다.”(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제주도의 각 마을에서 유교식 제법으로 시행하는 제사를 말한다고 해요.
아직도 많은 제주의 마을 곳곳에선 포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포제는 주민들이 모여 안위를 빌며 일체감을 심어주는 마을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포제에는 남성들만 참석할 수 있는데, 도살된 돼지를 바치는 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중 일부 마을에선 제사에 참석하는 마을 남성들이 모여 도살장이 아닌 공용장소에서 직접 도살을 자행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 지역의 오래된 전통과 풍습이지만, 생명존중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인습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제 지내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도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작년 12월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마을에서 돼지를 공개 도살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포제를 위해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돼지를 도살한다는 내용의 제보였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공개 도살은 동물보호법 위반이자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라며 “ 이를 막기 위해 지자체와 마을회에 공문을 보내 중단을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직접 현장을 찾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에게 일부 서귀포시 마을 주민들은 외부인이 제사 장소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며 고성과 욕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도살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완고했다고 합니다.
제주도 전역에서 포제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게다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공개 도살이 포함된 제사가 아직 열리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공개 도살을 막기 위해서는 현황 파악이 우선이지만,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가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어 정확한 통계 조차 집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개 도살, 동물학대 맞다 VS 아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포제를 위해 동물을 공개된 장소에서 도살하는 부분에 대해 서귀포시에 문제를 제기 했지만 “공개 도살이 동물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관련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서귀포시 동물보호팀은 동물을 보호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이번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물자유연대가 서귀포시 동물보호팀에 연락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다만 제주도청의 경우는 “판매하려는 용도가 아닌 제사를 위해 도살하는 것 정도는 많이 해온 것으로 알지만, 공개된 장소는 잘 모르겠다”며 “되도록이면 자제하면 좋지 않겠냐”는 취지로 답변을 해왔습니다.
동물보호법 제10조 2항을 보면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조항은 단순히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적용되며, 공개된 장소에서의 도살은 동물학대 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법에선 자가소비를 위한 도축은 예외로 두고 있는데, 이 경우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방법을 쓰는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위해 도축을 하는 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또 공개 도축이 아니더라도 재물로 사용하기 위해 도축을 하는 행위 자체는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어 “해외에서도 유대교, 무슬림 등 종교적 도축이 일반 도축방법과 달랐지만 이제는 도축 전에 기절을 의무화하는 국가들도 많다”고 부연했습니다.
실제 동물학대임을 인정하고 제사를 위한 공개 도살을 폐지한 지역도 있습니다.
충청남도 태안군 황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이 되면 어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가 열립니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황도 풍어제’에서는 과거 제사 과정에서 소를 공개적으로 도살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을 잔혹한 방식으로 희생시키는 관행이 전통이라는 이유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전통은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 있으며, 제의에서 반드시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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