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줄줄이 문 닫는 ‘이곳’들, 왜? [밀착취재]

김동환 2025. 3.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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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송파·연수역점 등 잇따라 문 닫아
최근 희망퇴직 단행도…매출 감소 영향
‘홀드백’ 지적에…OTT 등, ‘떠넘기기’ 비판
전문가들 “변화 필요…다 같이 ‘상생’해야”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CGV송파점. 한창 운영시간이었지만 매표소와 스낵 코너, 대기 장소 등은 적막했다. 오는 23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니 인근 다른 지점을 이용해달라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놓였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관람객 열댓명이 상영관 밖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튿날 오후 찾은 인천 CGV연수역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지역 ‘먹거리 상권’에 속해 영화 즐기는 관객들로 북적할 법한데, 매표소가 있는 로비에서는 전광판의 광고 소리만 들릴 뿐 영화 시작을 기다리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CGV송파점에서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이날 박스오피스 1위인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관람객은 CGV송파점 기준 시간별 최소 10명에서 최대 30명에 그쳤다. 김수연 기자
 
극장이 고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매출이 줄어든 데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 등이 커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영화 배급사와 극장간 ‘홀드백(개봉 영화를 타 플랫폼에 팔기까지의 기간)’ 축소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극장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OTT 업계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적자에 문 닫고 직원 내보내는 극장들

15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이달 23일 송파점과 연수역점 두 곳의 영업을 종료한다. 광주터미널 지점도 이달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2019년 168개에서 2023년 199개까지 늘어난 CGV 극장 수는 지난해 195개로 감소했다.

CGV는 지난해 국내 사업에서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 8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단행했는데,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했던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다른 영화관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롯데시네마는 국내에서 발생한 대폭의 적자를 베트남 사업의 흑자로 상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요 원인으로 OTT 시장 확대에 따른 극장 관객 감소와 그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 총관객 수는 1억2313만명, 매출액은 1조1945억원으로, 팬데믹 이전(2017~2019년) 대비 각각 55.7%, 65.3% 수준에 그쳤다. 반면, OTT 이용률은 크게 증가했다. 

극장 어려움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코로나19 창궐 후 신규 투자가 적어지면서 영화 제작이 크게 줄었고, 그 여파로 영화관에 올릴 콘텐츠 자체가 부족해져서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5대 투자배급사의 올해 개봉 예정 상업 영화는 10편(순제작비 30억원 이상)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인천 연수구 CGV 연수역점에 오는 23일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김동환 기자
 
◆3개월 기다리면 개봉영화가 OTT로

극장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짧아진 ‘홀드백’을 매출 축소의 원인 중 하나로 언급한다. 홀드백은 개봉 영화가 영화관에서 IPTV나 케이블TV 혹은 OTT 등 다양한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가 공개될 때까지의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이 짧아지면 소비자는 영화관보다 OTT를 선택할 경향이 높아지는데, 극장업계는 소비자의 이러한 심리가 점점 줄어든 발길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평균 3개월로 알려진 홀드백을 코로나19 이전의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수준으로 돌려 극장 매출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극장업계 한 관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개봉 영화가 넷플릭스 등에 나오는데 극장에 왜 가느냐는 반응을 대놓고 듣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OTT가 마냥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한국 영화 산업의 생태계를 존중한다면 ‘홀드백’ 연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배급사는 극장업계의 홀드백 언급은 사실상 ‘떠넘기기’라고 받아친다. 홀드백 조정으로 상영 일수를 늘려 극장 산업이 이전만큼 부활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매출 축소 원인으로 몰아갈 게 아니라 사업성 개선책부터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A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 내부 사업의 문제점을 외부로 떠넘기고 있다”며 “극장 운영이 어렵다는 건 공감하지만 엉뚱한 진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홀드백 재정립을 위해 2023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영화 제작 관련 모태펀드에 홀드백 규정 넣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배급사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져 이견 조율이 어려운 탓에 무산됐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CGV 송파점이 텅 비어 있다. 김수연 기자
 
OTT 업계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OTT 업계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것은 맞지만 영화관 측에선 OTT 때문에 영화관이 어려워졌다는 프레임을 계속 가져가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전체 투자도 줄고 영화 시장 자체가 많이 어려워지다 보니 영화관까지 가서 볼만한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홀드백도 배급사 측에서 계약 조건에 넣거나 요청하는 것이라 OTT만 비판할 순 없다”며 “영화관이 이용자 시각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 OTT를 적대 관계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제작사·배급사·극장 상생해야”

멀티플렉스 3사는 생존을 위해 수익 구조 개선에 우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 특별관을 확대하고 공간 활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CGV 관계자는 “영화 소비문화가 변화한 만큼, 스크린X와 4DX 같은 기술 특별관을 활용해 스포츠 및 콘서트 실황 중계를 확대하고 단독 상영작을 확보하는 등 공간 활용 극대화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올여름 월드타워점의 일부 상영관을 정리하고 샤롯데씨어터의 새 극장을 연다. 공연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영화 사업의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기존 상영관을 체험형 콘텐츠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 오픈한 ‘라이브시네마’는 방탈출 콘텐츠와 영화적 체험을 잘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가박스는 강남점 7개 상영관 내 좌석(총 492개)을 리클라이너로 업그레이드해 정식 리뉴얼 오픈한다. 관객들에게 편안한 프리미엄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점심시간 1개 상영관을 소등해 낮잠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지난 14일 인천 연수구 CGV 연수역점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2025 HAPPY NEW YEAR’ 장식이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전문가들은 영화 산업의 전체 부흥을 위해 극장과 배급사 등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들이 모두 발전할 때 전체 선순환이 가능한 산업이어서다. 원활한 배급 사업을 위해서는 극장이 필요하고, 극장 사업이 잘 돌아가려면 배급사가 좋은 영화를 꾸준히 공급해야 하는 구조여서 상충이 아닌 ‘상생’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을 서로의 ‘적대적 관계’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CGV 두 곳 폐점을 어느 특정 요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동일한 콘텐츠를 극장뿐 아니라 TV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시청할 수 있는 시대에는 영화관이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인 만큼, 멀티플렉스의 변화는 필연적”이라며 “영화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음향 효과와 감동, 매력을 극대화해 OTT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국윤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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