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글로벌 리스크 2위…이기심·무관심에 지구 죽어가

2025. 3. 1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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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미래의 피해자가 될 것인가, 미래의 설계자가 될 것인가. 춘삼월에 눈발을 맞고 있자니 기후재난이 문턱을 넘어선 것 같다. 2024년은 지구상의 온도를 측정한 이래로 가장 더웠다. 지난해 인도 델리의 온도는 50도였다. 대중탕도 40도가 넘으면 들어가기 어려운데 섭씨 50도란 어느 정도의 뜨거움일까. 얼마 전 미국 동부에선 겨울 폭풍이 몰아치더니, LA에는 이틀간 최대 150㎜의 비가 내려 산이 무너졌다. 9개월 치 강우량이 한꺼번에 내린 결과다. 사하라 사막마저 100년 만의 홍수로 호수가 생겼다고 한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선정한 10대 글로벌 리스크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위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이다. 10년 후인 2035년의 리스크도 예측했는데 1위부터 4위까지가 극단적 기상현상, 생물다양성 생태계 붕괴, 지구시스템 중대 변화, 천연자원 부족이다.

약 140년 전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의 기온이 치솟았다. 인간이 태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내뿜은 탄소가 주원인이다. 이 연료를 때서 얻은 생산물은 기업이 만들어냈지만, 결국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다. 탄소감축의 책임을 기업에게도 물어야하지만 쓰는 사람도 피해갈 수는 없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활동들로 고기 덜먹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너지 사용 줄이기 등등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뭔가를 줄이기 이전에 우리가 사는 데 왜 그렇게 많이 소비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세탁기를 쓰고 나면 더 이상 손빨래를 할 수 없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본방사수가 어색하다. 결국 편리함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편리추구라는 강력한 욕구를 능가하는 동기란 게 있을까. 몸이 아파도 아이들 밥 주려 일어나는 엄마나, 굴욕적인 대접을 받아도 자식들 생각에 사표는 꿈도 못 꾸는 아빠나 결국은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 우리가 기후대응에 나서게 만드는 것도 결국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다. 버락 오바마 말대로 우리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는 첫 세대이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같은 현실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하자.

45년 동안 환경운동에 매진하면서 지구상에서 제일 심각한 환경문제가 기후변화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일 심각한 환경문제는 혼자만 잘되려는 이기심,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먹으려는 욕심, 세상 돌아가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무관심이다. ‘에코백 하나 들었다고, 텀블러를 쓴다고, 다회용기를 쓴다고 환경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빈정대지 말자. 물건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우선이다.

환경문제는 적용 안 되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열 번의 세미나보다 한 편의 영화가 더 쉽고, 주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2004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시작할 때는 환경영화라는 장르조차 미비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작품들이 연간 3000편 이상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는 환경영화를 선생님과 함께 보고 토론하고 자기 미래 직업과 연관시켜 글도 써본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전국에서 38만 명의 학생이 환경영화제에 참여했다.

정치 지도자와 정부, 기업은 시대흐름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환경경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이 모든 과정의 방아쇠는 각성된 시민이다. 혁신에는 큰일 작은 일이 따로 없다. 기후재난을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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