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 짐 빼는 프랑스軍, 빈틈 노리는 러·中

김휘원 기자 2025. 3. 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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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병력 배치한 나라 1곳 남아
지난 2월 20일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프랑스군 기지를 철수하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경례를 주고받고 있는 프랑스군(왼쪽)과 코트디부아르군 병사.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서아프리카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에 64년간 주둔해온 프랑스군이 기지를 반환하고 완전 철수했다. 프랑스는 1893년부터 67년간 코트디부아르를 식민지로 삼았고, 1960년 이 나라가 독립한 후에도 테러 소탕 등의 명분으로 군을 주둔시켜 왔는데 이제 완전히 떠난 것이다.

코트디부아르뿐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 프랑스군은 아프리카에서 등 떠밀리듯 군 병력을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프랑스군은 아프리카 9국에 군 병력 7300여 명을 주둔시키고 있었는데 올 연말이 되면 프랑스군이 있는 나라는 지부티 한 곳, 1500명만 남게 된다.

그래픽=송윤혜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21국)를 뒀고 이후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퇴각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일대에 반서방·친러 군사 정권이 속속 들어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미국 등 서방의 입지가 감소하는 틈을 러시아와 중국이 파고들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 국가들이 독립한 후에도 각국 정권과 군사 협정을 맺고 일부 지역에서 군을 주둔시켜 왔다. 친프랑스 정권에 대한 보호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소탕 등이 파병 명분이었다.

하지만 2022년 말리·부르키나파소·중앙아프리카공화국, 2023년 니제르가 프랑스군을 내보낸 데 이어 올해 1월 차드(1000명), 지난달 코트디부아르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올해 말 세네갈과 가봉이 기지 반환을 완료한다.

아프리카 국민들은 과거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이 남아 있다. 이런 적대감을 아프리카 군사 정권들은 국민 결집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옛 식민 국가들 사이에서 프랑스군의 업무 관행과 거만한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쿠데타 국가의 군부 독재 정권들이 지지를 모으기 위해 (프랑스군) 비판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26국의 ‘프랑코포니 아프리칸(아프리카 내 프랑스어권)’ 국가들 사이의 정치·경제적 연결 고리와 정서적 유대감까지 유명무실해졌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軍 철수하기로 약속 - 지난달 20일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군 철수 동의안에 서명 중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왼쪽) 프랑스 국방장관과 비라히마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국방장관. /AFP 연합뉴스

러시아는 프랑스와의 균열을 전략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면서 천연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의 군사정권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접촉 면을 늘려 왔다.

그러자 2013년 알카에다 연계 무장 단체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프랑스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던 말리가 가장 먼저 등을 돌렸다. 2020년 쿠데타를 일으킨 아시미 고이타가 2021년 5월 대통령이 된 뒤 프랑스와 본격적으로 틀어졌다. 군정이 러시아 민간 용병대인 ‘바그너 그룹’을 주둔시키며 노골적으로 러시아와 결탁하자 프랑스는 결국 2022년 전격 철수했다.

러시아는 테러 조직 소탕이나 내전 제압 등 혼란을 잠재우는 데 도움을 준 뒤 ‘더 이상 프랑스에만 기댈 필요가 없다’는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자 군부가 통치하고 있는 부르키나파소·니제르·차드도 이후 줄줄이 프랑스군을 내보내고, 러시아 용병대를 들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들 아프리카 국가에서 금·다이아몬드·우라늄 등 각종 천연자원을 얻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는 “(러시아 용병단은) 아프리카 정부에 ‘정권 유지에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뒤 활동 비용을 현지 광산 채굴권으로 돌려받는 전략”을 쓴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같은 분위기를 활용해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주요국에서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을 지원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펼치면서 육·해상 교역로를 개척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3국(에스와티니·모리셔스·말라위)만을 제외한 51국 모두가 일대일로에 참여 중이다. 군사·안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9~2023년 사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1국에 무기를 대량 수출했고, 올해부터 2027년까지는 아프리카 국가에 10억위안(약 2000억원)의 군사 원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의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잇는 철도인 ‘타자라(TAZAR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에티오피아·수단·이집트 등의 인공위성 개발 및 발사에 자금과 기술력을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에 반하는 사업을 한다며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대외 원조 프로그램을 83% 폐지한 결정도 중국, 러시아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에티오피아,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함한 7국에서 진행되던 인도적 사업 투자를 우선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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