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원 받는 직장인, 12만원 더 내고 연금 9만원 더 받는다

정해민 기자 2025. 3. 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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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연금 잠정 합의안 보니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가 쟁점 현안인 추경과 연금개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협의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권성동 원내대표, 우 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남강호 기자

여야는 14일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여야 합의대로 연금 개혁이 이루어지면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은 최종 13%로 올라가게 되고, 앞으로 받는 돈(소득 대체율)은 평균 소득의 43%가 된다.

예를 들어 40대 직장인 A씨가 현재 월급 300만원을 받고 있다면, 국민연금 월 보험료는 27만원(월급의 9%)이다. 이 금액을 매달 회사와 A씨가 절반씩 부담한다.

여야가 의견을 모은 모수(母數) 개혁안에 따르면, A씨의 보험료율은 13%까지 올라간다. 지난해 정부는 청년 세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령대별로 보험료율이 오르는 속도에 차등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모든 연령대가 똑같은 속도로(매년 0.5%포인트씩) 높아지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청년 세대 불만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잠정 합의안을 적용하면 A씨의 월 보험료는 내년에는 28만5000원(보험료율 9.5%), 2027년에는 30만원(10%), 2028년에는 31만5000원(10.5%) 등으로 늘어난다. 보험료율이 13%가 되는 2033년에는 월 39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A씨가 65세부터 받는 연금액도 높아진다. A씨는 이전 연금 체계에선 한 달에 약 120만원(소득 대체율 40%)씩 국민연금을 받지만 이번 여야 합의안대로라면 월 129만원(소득 대체율 43%)을 받게 된다.

인상 도중 나이대가 바뀌더라도 인상 폭은 변동되지 않는다. 예컨대 내년에 49세인 1977년생은 후년엔 50세로 50대에 편입되지만, 계속 ‘40대’에 해당하는 보험료율 인상 폭(0.5%포인트)을 적용받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야 의견대로 연금 개혁안이 실현될 경우 국민 연금 기금 고갈 시기도 늦출 수 있다.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 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수지 적자로 전환해 2055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보험료율을 올해부터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하고 소득 대체율을 43%로 높이면 기금의 수지 적자 전환 연도는 2048년, 소진 연도는 2064년으로 각각 7년, 9년씩 늦춰진다.

하지만 여야가 잠정 합의한 연금 개혁안은 내는 돈과 받는 돈(숫자)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으로 ‘구조 개혁’은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 시점을 더 늦추고 노후 보장 체계를 체계적으로 만들려면 국민연금을 기초 연금, 퇴직 연금, 직역 연금(공무원 연금 등) 같은 다른 연금들과 연계해 전체 그림을 새로 그리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위원장을 역임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크게 보면 모수 개혁은 작은 개혁이지만, 작은 개혁이 있어야 큰 개혁도 가능하다”면서 “이번 모수 개혁 합의를 기초로 계속해서 여야가 입장을 조정하고 협력해,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만드는 구조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야당이 제시한 전제 조건(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군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에 대해선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노동·시민단체는 국민 노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이번 합의는 시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고, 참여연대는 “‘소득 대체율 44%안’을 고수하던 민주당은 대선 전 연금 개혁을 털고 가고 싶은 마음에 악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보험료율: 국민연금 가입자가 소득 대비 내는 보험료 비율. 현재 근로자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은 보험료로 근로자 월급에서 4.5%를 공제하고, 회사가 4.5%를 더해 총 9%를 낸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 가입자는 월 소득의 9%를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낸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액의 비율.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70%였지만 1999년부터 60%, 2008년부터 50%로 조정된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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