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고치’ 사교육비에 속수무책 정부, ‘학부모 인식 개선’이 대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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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9조2천억원으로 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3일 교육부는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사교육비 증가 원인 중 하나가 저출산이고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지면 거기에 동조해 사교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 인식 개선도 병행해 사교육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조사에는 빠져 있지만 엔(n)수생들의 학원비까지 포함하면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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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9조2천억원으로 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을 잡아 사교육을 줄인다고 나섰지만 실효를 거두기는커녕 되레 사교육이 더 과열되는 부메랑을 맞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학부모 인식 개선’을 사교육 경감을 위한 신규 대책으로 내놓는 안이한 인식까지 보이고 있다.
13일 교육부는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사교육비 증가 원인 중 하나가 저출산이고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지면 거기에 동조해 사교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 인식 개선도 병행해 사교육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초등학교 단위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원인에 대한 설명이었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신규로 추진할 정책으로 ‘사교육에 대한 학부모 인식 개선’을 내놨다. 사교육이 줄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천착해 정책을 수립해야 할 정부가 학부모의 사교육 편승이 문제라고 지적할 때인가. 매우 안이한 상황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은 전방위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데다 주춤하는 것 같았던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과 참여 시간도 큰 폭으로 올랐다. 또 월평균 8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0.8%)보다 300만원 미만 가구(12.3%)에서 사교육비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늘봄학교 대상인 초등 1학년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여전히 높고 1인당 사교육비는 더 증가했다. 정부가 늘봄학교 확대를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삼고 있지만 전담인력 부족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유아 사교육비 시험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만 0~5살 영유아를 둔 가구가 지난해 7~9월 석달간 지출한 사교육비는 8154억원에 달했다. 영어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이 초·중·고등학생보다 높았고 영어유치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평균 154만원에 이른다. 정부 조사에는 빠져 있지만 엔(n)수생들의 학원비까지 포함하면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윤 정부 초기에 나왔던 사교육비 경감 목표치나 교육부의 전담 부서도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물론 사교육 열풍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와 노동시장의 일자리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단기간에 정책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된 현실 진단과 그에 따른 정책으로 최소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 학부모 인식 개선도 그렇지만 인공지능(AI) 교과서와 같은 설익은 정책들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모르겠다. 올해 본격 도입된 고교학점제의 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가 선행학습 유인을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등급이 4%→10%로 확대되면서 그 안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상대평가 체제에서 벌어지는 이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사교육 의존도는 앞으로 더 커질지도 모른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교육을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신뢰를 주지 못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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