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0년 넘게 억류된 선교사들 즉각 석방하라” 유엔 인권이사회 촉구
통일부 “북 명백한 불법, 국제사회가 공식 확인”
유엔이 북한에 10년 넘게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불법구금을 국제사회가 확인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석방”을 재차 요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임의구금실무그룹(WGAD)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장기 억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GAD는 자의적 체포와 구금 사례를 조사하는 유엔 기관이다.
WGAD는 의견서에서 “북한에 의한 선교사들의 자유 박탈은 세계인권선언 및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라며 “이들을 즉시 석방하고, 보상과 배상, 독립적 조사, 권리 침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밝혔다. WGAD는 요구사항들에 대한 이행 시한을 의견서 송부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WGAD가 의견서를 채택한 근거로 북한이 선교사들의 체포·구금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그들의 신념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했다고 들었다. 또 변호사 조력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종교 활동에 대한 자유를 박탈했다고 봤다.
이는 억류된 선교사들의 가족이 지난해 7월 WGAD에 선교사들의 장기 억류가 자의적 구금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달라고 낸 진정에 대한 답변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 해당 진정이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며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성명을 통해 “유엔실무그룹의 의견서 채택은 북한에 의한 이분들의 억류가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것을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행위를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 국민들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독했다.
선교사 가족들은 기대를 나타냈다. 김정욱 선교사의 배우자 이복주씨는 “유엔이 강력하게 나서준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며 “신속한 석방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국기 선교사 배우자 김희순씨는 “희망이 생긴다”고 했고, 최춘길 선교사 아들인 최진영씨도 “부디 북한이 모두 석방해주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선교사들의 송환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김정욱 선교사의 북한 억류 4000일을 맞은 지난해 9월 20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을, 김정욱 선교사의 북한 억류 10주년을 맞은 2023년 10월에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7월에도 억류자 송환을 촉구하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 10월8일 북한 당국에 체포돼 이듬해 5월30일 국가전복음모죄·간첩죄·반국가선전선동죄·비법국경출입죄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국기 선교사는 2014년 10월,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12월에 북한에 각각 체포돼 이듬해 무기노동교화형을 받았다. 이들 이외에도 2016년 북한이탈주민 3명이 북한에 억류됐다. 억류자 6명에 대한 생사와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박정훈 대령 항고 사건 1년6개월 방치…해군에 늑장 이송한 국방부
- ‘AI 디지털교과서 맛보기’라던 에듀테크 붐, 한풀 꺾인 걸까요? [뉴스 물음표]
- 미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 추가’ 공식 확인…동맹간 신뢰 타격·정부 늑장 대응 등 논란
- 다시 돌아오는 명태균 특검법…조기 대선 시작되면 국민의힘 단일대오 깨질까
- [단독]‘7살 아이 아빠’ 목숨 앗아간 2톤 철근···“왜 일하다 죽는 일 반복되나”
- [신문 1면 사진들] “다시 ‘내란 불면증’에 시달릴 수 없습니다”
- [인터뷰] 송기호 “트럼프에게 우리도 채찍이 있다는 말은 할 수 있어야”
- 하마스 “휴전협상 재개, 미 인질 석방 동의”…네타냐후 “하마스,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아”
- 교도소 호송 중 “화장실 좀”···졸음쉼터 서자 고속도로 가로질러 도주
- 패딩 안 넣은 ‘귀차니즘’을 칭찬해···주말 전국 눈·비, 다음주 ‘꽃샘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