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상법 시행땐… 개편 차질로 경영 손실 내는 ‘제2 DB’ 속출 불 보듯

신병남 기자 2025. 3. 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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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정보기술(IT) 기업 'DB아이엔씨'는 지난 2023년 10월 'DB메탈' 흡수합병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합금철 분야 국내 1위인 DB메탈을 합병해 IT·무역·합금철 등을 갖춘 복합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KCGI'와 소액주주들이 이를 반대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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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개정안’ 후폭풍 우려
행동주의 펀드·소액주주 반대에
2023년 ‘메탈’ 흡수 합병 무산
‘하이텍’ 지분 비싸게 사 경영권 방어
1년뒤 시행땐 주주 영향력 확대
일부 대기업까지 타격 입을 수도

DB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정보기술(IT) 기업 ‘DB아이엔씨’는 지난 2023년 10월 ‘DB메탈’ 흡수합병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합금철 분야 국내 1위인 DB메탈을 합병해 IT·무역·합금철 등을 갖춘 복합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KCGI’와 소액주주들이 이를 반대하면서다. 사업 계획이 무산된 DB아이엔씨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KCGI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도 시세보다 약 10% 비싼 값에 사들이기도 했다. KCGI는 DB아이엔씨에 DB하이텍 지분을 넘긴 다음 “소모적인 경쟁과 대립이 아닌, 일반주주와 이사회 및 경영진 간의 상호대화를 통한 우호적인 거버넌스 개선의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지분 거래에 대해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3일 경영계와 여당이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면서 상장회사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활용해 기업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당장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주주 행동주의’ 강풍을 맞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14일 금융투자업권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상장사들이 정기주총을 집중적으로 개최, 이후 2주간 1449개 회사가 지난해 사업 결과 및 향후 경영 방향을 주주들과 공유한다. 이 가운데 이마트·밀리의서재·인포바인·티웨이항공·롯데쇼핑 등은 소액주주의 주주행동이 예고돼 있다. 코웨이와 영풍도 사모펀드 주도의 주주행동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와 소액주주들은 기업들에 배당·자사주 소각 확대로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거나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들이 경영에 보다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들이 이사 선임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경영진)의 충실의무’에 주주가 추가된 만큼 기업들도 과거와 같은 반대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예컨대 이마트의 경우 이미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이마트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배당 확대, 보유 자사주 절반 단계적 소각 등을 약속했는데 이번 주총에서도 이들이 요구한 밸류업 프로그램 안건을 추가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주요 기업에도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 또는 주주환원율이 낮은 GS건설, 삼성중공업, 삼성E&A가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 동심, 현대위아 등은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한 자리인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상속 등을 앞두고 있어 행동주의에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사모펀드들이 경영권 분쟁에 뛰어드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는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 전반을 부양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상장기업의 분할이나 합병, 자사주를 활용한 거래 등과 같이 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은 자본거래가 감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병남·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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