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어제도 설쳤다…한국인 수면 만족도 6년 만에 10.5%P 폭락
주중 평균 수면시간도 6.4시간 불과
만족스러운 수면을 취하는 국내 성인 비율은 10명 중 3명도 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등 수면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세계수면학회가 제정한 ‘세계 수면의 날’인 14일을 맞아 필립스코리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대한민국 수면 습관 및 행태, 수면무호흡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자신의 수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9.5%에 그쳤다. 2019년 조사에선 40%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런 결과는 짧은 수면시간과도 무관치 않아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6.4시간에 불과했다.
수면 만족도가 낮은 배경에는 수면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을 방해하는 증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8.6%에 달했는데, 불면증(29.3%), 코골이(24.7%), 수면무호흡증(9.4%)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응답자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은 것도 수면(36.3%)이었다. 이어 식단(35.6%), 운동(28.1%) 등의 순이었다.
잠을 충분히 푹 자면 인체는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회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면역력 강화, 집중력 향상, 감정 조절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장애를 방치하면 만성 피로, 심혈관 질환, 당뇨병,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조사 설계와 감수를 맡은 김혜윤 국제성모병원 수면의학연구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 수는 2018년 4만5067명에서 2023년 15만3802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는데,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관련 증상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골이 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에 숨쉬기를 멈추는 증상이 반복돼 지속해서 나타날 때 진단한다. 호흡한 공기가 지나는 기도 상부가 혀나 연구개 등 주변의 조직 때문에 좁아지면 코를 고는 증상이 나타나며, 아예 막혀서 호흡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체중을 줄이고 음주와 스트레스 등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하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김혜윤 소장은 “수면무호흡증은 생활 습관 개선과 같은 소극적 방법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우므로 표준 치료법인 양압기 사용 등 적극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선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성인의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은 15.8%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는 환자가 증가하고 양압기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기존의 양압기를 착용할 때 생기는 불편감 등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페르난도 샤한 필립스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 아태지역 대표는 “수면 건강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속양압기 글로벌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7.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도현 필립스코리아 수면 및 호흡기 케어 사업부 대표도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질병을 자각하는 비율이 낮은데 양압기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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