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수의계약 가닥…HD현중 일단 승기 잡았다[신대원의 軍플릭스]

신대원 2025. 3.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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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17일 사업분과위, 선도함 사업방식 결정
일단 심의안건 올리기로…내달 방추위 최종결론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 유출 비판 극복이 관건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한민국 조선업계의 두 공룡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자존심을 걸고 뜨거운 경쟁을 벌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17일 방위사업 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사업방식을 결정할 예정인데,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사실상 HD현대중공업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소식통은 14일 “방사청 사업분과위에서 KDDX 사업추진방안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할 예정”이라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은 수의계약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앞서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맡게 된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절차를 밟는다.

KDDX 사업의 경우 2012년 개념설계, 2023년 기본설계, 그리고 1년 지연된 2024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 로드맵에 따라 진행돼왔다.

이 과정에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 수행했다.

수의계약으로 결론나면 자연스럽게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수밖에 없다.

함정사업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핵심기술 적용과 탑재장비 사양·성능 등을 모두 결정하고 상세설계 단계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방사청 개청 이래 19차례 함정 설계에 있어서 KDX-Ⅱ 충무공이순신함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함정사업은 기본설계 기간이 상세설계보다 더 길며, KDDX 사업 역시 기본설계 36개월, 상세설계 18개월로 잡혔다.

사업분과위 결과는 내달 초 김선호 국방부 장관 권한대행이 위원장을 맡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한때 수의계약과 함께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입찰의 경우 이미 1년가량 지체된 사업이 더 늦어질 수 있는데다 원가 산정을 비롯한 선도함 개발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이례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보낸 서신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며 “국가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도 중요한 만큼 해군의 핵심 전력들이 적기에 확보되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촉구한 바 있다.

김태훈(소장)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내주 사업분과위에 참석해 해군의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KDDX 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전력화를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개발과 관련해선 최근까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주도·협력’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주도하되 한화오션이 협력하는 형태다.

앞서 해외시장 진술치 ‘K-함정 원팀’을 꾸리기로 하고 방사청과 양사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과 유사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MOU는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하고,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 명가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사 간 지분 배분과 방사청과 계약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적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공동개발 자체가 향후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등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석종건(가운데) 방위사업청장과 주원호(왼쪽)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이 지난 2월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사청 제공]

다만 HD현대중공업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의 최종 승자가 되기까지는 몇 가지 고비가 남아있다.

우선 내주 열릴 사업분과위에서는 KDDX 사업추진방안은 보고안건으로 다루지만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은 심의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심의안건은 향후 방추위에서 심의 의결되기 전까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방사청도 방추위 전까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협력 방안을 도출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열린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방추위 이후에도 도덕성 논란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KDDX 개념설계도를 비롯한 군사기밀을 유출해 유죄 판결을 받은 ‘원죄’의 그늘이 여전히 크다.

방사청이 작년 7월 사업분과위를 열려다 미루게 된 배경에도 HD현대중공업의 도덕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경찰 수사와 감사 결과 등을 통해 법적 리스크는 모두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선업계 안팎에선 “HD현대중공업의 임원 개입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지 군사기밀을 유출해 가져갔다는 사실은 변함없고, 어찌됐든 장물인데 국가가 장물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KDDX 사업은 2036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7000t급 ‘미니 이지스함’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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