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윤석열 위해… 심우정의 맞춤형 포기, 또 포기

박준용 기자 2025. 3. 14. 07:48
타임톡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서 형사실무 관행 뒤집어… 검찰, ‘안이한’ 기소 뒤 이례적 ‘즉시항고’ 포기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3월8일. 12·3 내란죄 피고인인 대통령 윤석열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체포된 지 52일 만에 구치소 밖으로 나왔다. 법원이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하고, 검찰이 석방 지휘를 하면서다. 이로써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죄 피고인은 구치소 밖에서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으며 맘껏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그의 석방과 내란죄 수사·재판 전반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윤석열은 어떻게 밖으로 나오게 됐고, 윤석열의 석방은 향후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즉시항고를 둘러싼 일주일의 논란

논란은 3월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윤석열 변호인단이 2월4일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불거졌다. 구속취소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없어졌을 때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이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구속취소 결정 이유로 검찰이 윤석열을 기소할 때 구속 기간이 이미 만료된 상태였다는 점을 들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사법경찰관(경찰)이 최장 10일, 검사가 10일을 더해 최장 20일(연장 시) 동안 법원 허가를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쟁점은 구속 심사 기간 산정에서 발생했다.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구속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만큼 구속 기간 만료를 연장하도록 한다. 심사 기간에는 수사기관이 수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송 실무에 따라 그간 구속 심사 기간은 ‘시간’이 아닌 ‘일’ 단위로 산정해 구속 기간에서 제외해왔다.

윤석열의 구속 심사에는 약 33시간(1월17일 오후 5시46분~1월19일 오전 2시53분)이 소요됐다. 검찰은 그간 실무에 따라 이 시간을 ‘사흘 연장’이라고 판단해 1월26일 오후 6시52분 윤석열을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흘이 아니라 정확히 33시간만큼만 더 구속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윤석열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월26일 오전 9시7분까지는 기소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 전에 이뤄진 체포적부심에 걸린 10시간32분만큼 구속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재판부는 구속취소 사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의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 기간을 서로 나누어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도 밝혔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이제 막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는 이 사건에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구속취소 결정 뒤 공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더 크게 불거졌다. 검찰은 구속취소 결정 하루 뒤인 3월8일 법원의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고 윤석열 석방을 지휘했다. 구속취소 결정이 나면 검찰은 7일 안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구속이 유지된 상태에서 상급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데, 이 조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3월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제도는 52년 전에 이른바 유신헌법 시절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에 의해 도입된 제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보석 결정(1993년)과 구속집행정지(2012년)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판단한 상황에서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대검찰청은 3월11일 전국 검찰청에 종전 방식대로 피의자 구속 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 단위로 계산하라고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윤석열에게만 ‘시간’ 단위 구속 기간을 적용하면서 상급심 판단을 받기 위한 즉시항고도 하지 않는, 사실상의 ‘특혜’를 제공한 셈이 됐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구속 기간을 잘못 산정하거나 지체한 만큼, 구속이 취소됐다면 보완의 의미로서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며 “위헌성 논란이 있지만 법 집행 기관은 (기존 법률의) 합법성을 추정하면서 법을 집행하는 게 법치국가의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이후 모든 사건에서 즉시항고를 포기할 건지를 보면 그러지 않을 것도 분명해서 궁색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25년 3월1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천대엽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 받아야”

검찰과 국민의힘 쪽이 10년 전엔 전혀 다른 입장을 냈던 이력도 비판 근거가 되고 있다. 201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현 민정수석)은 “구속취소는 그 자체가 종국적인 신병의 결정이기 때문에, 검사의 즉시항고를 통해서 다시 한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헌재의 결정이 유효하다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즉시항고가 위헌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김진태·김도읍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이에 찬성했고, 전해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또한 울산지검이 불과 1년6개월 전인 2023년 9월,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된 2명의 피의자를 두고 법원이 구속취소 결정을 하자 즉시항고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2명 가운데 1명에 대한 즉시항고는 인용됐다. 심 총장의 해명이 더욱 궁색해진 까닭이다.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검찰의 즉시항고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검찰이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논란이다. 천대엽 처장은 3월12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결정이 실무 혼란을 부를 수 있고, 이에 상급심 판단으로 정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다. 천 처장은 “(윤석열은) 구속이 돼 있지 않은 상태라 즉시항고에 따른 법적 판단에 특별한 장애는 없다”며 “상급심 판단에 따라 이후 신병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선 법 절차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처장의 발언 이후 대검은 일단 피고인 석방 후 즉시항고는 법 해석상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2018년 법원의 구속취소로 석방됐던 피고인이 의정부지검의 즉시항고를 통해 재수감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검찰의 조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점점 커졌다. 그런데도대검찰청은 3월13일 입장문을 내어 “검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즉시항고를 포기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즉시항고뿐 아니다. 윤석열이 석방된 상태에서 다시 한번 구속 여부를 다퉈볼 수 있는 보통항고에 대해서도 검찰은 애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통항고는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기할 수 있는 절차다. 그런데 검찰은 ‘즉시항고는 위헌’이기에 안 되고 ‘보통항고는 즉시항고가 가능한 경우에 각하될 수 있으니 보통항고 역시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를 두고 위헌성이 우려된다면 보통항고를 통해서라도 구속취소 판단을 받아보고, 다른 피의자의 구속취소 사례에서 적용할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문제 등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니, (보통항고 제기를 통해) 검찰에서 법리적인 것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앞줄 오른쪽 둘째)과 서지현 전 검사(앞줄 오른쪽),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앞줄 오른쪽 셋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세거리에서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 항고장 제출을 촉구하는 1인 시위 시작 및 즉시 항고장 제출 10만 국민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설마” 하던 검찰, 고의인가 실수인가

관행을 뒤집은 구속취소 결정이 왜 하필 윤석열 구속 사건에서 일어났는지도 쟁점이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형사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쟁점에 대한 법리의 대변화가 왜 하필이면 윤석열 대통령 구속사건에서 시작돼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다만 법원의 결정은 인권 침해 소지를 짚고, 향후 재판에서 발생할 법적 논쟁을 피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김대근 위원은 “체포와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게 맞는다”며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안에서는 신중하고, 잡음을 없애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을 두고 재판부 역시 설명자료로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구속취소 결정 전 법원이 윤석열 변호인단의 윤석열 구속취소 주장을 인용하지 않을 거라고 전제하고, 기소 일정을 늦게 잡은 검찰의 선택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제기된다. 차성안 교수는 “검찰은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은 큰 실수를 했다”며 “윤 대통령 측이 이미 수사 단계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걸 듣고도 설마(이 주장을 법원이 인정할까)로 넘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으로 윤석열이 계속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피고인을 재구속할 수 있다. 정승환 교수는 “1심 재판이 시작되면 법원의 직권 구속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헌재의 탄핵 파면 결정으로 윤석열에게 대통령으로서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지게 되면, 내란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서도 기소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공천개입이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특별검사팀이 꾸려진 뒤 특검이 내란죄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을 경우에도 윤석열은 재구속될 수 있다.

‘구속취소’와 ‘탄핵심판’은 관련 없을 것

게다가 재판부의 이번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은 내란죄 형사재판의 유·무죄 여부에는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승환 교수는 “(형사재판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절차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자는 차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런 상황임에도 윤석열 변호인단은 수사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으며 재판을 지연하려는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 이후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이 역시 관련성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대근 위원은 “탄핵심판은 징계 절차의 성격이고 형사재판과 명백히 다르다”며 “탄핵 소추 혐의 중에 내란죄 부분은 (판단 범위에서) 빠진 만큼, 이번 구속취소 결정이 탄핵에 영향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이 뉴스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세요.
톡방 종료까지 06:29:43 남았습니다.

타임톡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