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와이파이가 끊겨도"…'해외 라방'만의 매력은

김지우 2025. 3. 14. 07:10
타임톡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배 롯데홈쇼핑 엘라이브팀장 인터뷰
해외 직구 수요 맞춰 현지 공수 상품 소개
이탈리아 이어 미국·뉴질랜드로 라방 확대
이정배 롯데홈쇼핑 엘라이브팀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재밌는데 TV를 잘 안 보네

지난 주말 오랜만에 TV를 틀었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는 봤어도 실시간 TV를 시청하는 것은 약 2개월 만이었다. 흥미로워 보이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다 우연히 홈쇼핑 채널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 홈쇼핑 채널에선 처음 들어보는 가방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었다. 방송을 진행하는 쇼호스트는 "에르메O, 샤O 같은 명품 브랜드에 질린 백화점 VIP들이 '세컨드 백'으로 마련하는 브랜드"라며 제품의 판매에 여념이 없었다.

시청자들의 댓글 참여도 생각보다 꽤 많았다. 쇼호스트는 "저도 이 브랜드 알아요"라는 시청자의 댓글을 읽어줬다. 홀리듯 실시간 소통과 상품 소개가 접목된 방송을 보다보니 벌써 한 시간가량이 흘러있었다. 주문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샀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TV를 끈 이후에도 마음 속에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이것이 홈쇼핑의 묘미인 건가 싶었다.

/그래픽=비즈워치

홈쇼핑 업계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2010년대 초반 국내 홈쇼핑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TV 대신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홈쇼핑 업계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과거 TV 시청자들이 채널을 바꿀 때 중간 중간에 껴있는 홈쇼핑 채널이 관심을 일으켰다면, 이제는 '재핑(zapping·프로그램 중간에 채널을 바꾸는 행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도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모바일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였다. 코로나19 기간 라이브 커머스는 서서히 소비자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라이브 커머스는 이제 익숙한 쇼핑 형태가 됐다.

롯데홈쇼핑은 이런 상황 속에서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국내 스튜디오를 넘어 아예 해외 현지 라이브 방송(라방)에 도전했다. 라이브 커머스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해외 라방을 기획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12일 그를 만나봤다.

홈쇼핑은 오늘도 치열하다

롯데홈쇼핑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로비에는 분주함이 가득했다. 로비 곳곳에서 협력사 직원들과 롯데홈쇼핑의 직원들은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뒤로 하고 미팅룸이 모여 있는 공간에 들어섰다.

그렇게 만난 인터뷰이는 이정배 롯데홈쇼핑 엘라이브팀 팀장이다. 이 팀장은 글로벌 현장 라이브 커머스를 이끈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엘라이브는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팀이다. 이 팀장은 2011년 롯데홈쇼핑에 PD로 입사한 후, 2022년부터 엘라이브 팀장을 맡고 있다.

이정배 롯데홈쇼핑 엘라이브팀 팀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팀장에게 건넨 첫 질문은 '홈쇼핑 업계에 몸 담게 된 계기'였다. 그는 "무언가를 남에게 추천해주는 걸 좋아했어요. 그게 홈쇼핑에서도 상품 소개하는 것과 딱 맞아 떨어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먹고, 입고, 마시는 것을 주변에 권하는 것을 좋아하는 적성을 홈쇼핑 PD에 접목시킨 셈이다.

추천 후에는 피드백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 팀장은 남들이 모르는 상품을 추천한 후 그들에게 '써보니까 좋더라', '그거 재밌더라' 등의 피드백 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후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홈쇼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물론 고객의 피드백이 매일 좋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피드백을 두고 팀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이탈리아 공원에서 라방을

롯데홈쇼핑은 올해 현지에서 공수한 물품을 소개하는 해외 생방송을 기획했다. 해외 직접구매 수요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론 타사에서도 해외 매장에서 진행하는 라방은 있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 엘라이브팀은 조금 색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탈리아에서 모바일 생방송을 운영하는 업체 '잇태리보스'와 협업해 이탈리아산 식품, 리빙용품 등을 선보였다. 지난 1월 이탈리아 라방인 '잇태리 잇템(잇태리보스 in 롯데)'를 시작했다. 

이 팀장은 "모바일 방송은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방송할 수 있고, 고객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익숙하지 않은 해외직구 상품들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낯설지만 이탈리아 현지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소개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던 중에 이탈리아 전문가를 만나면서 잇태리보스 in 롯데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 이탈리아 현지 라이브 방송 /사진=롯데홈쇼핑

잇태리보스 in 롯데는 두 명의 셀러(현지 쇼호스트)가 이탈리아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콘셉트로 과자 상품을 소개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스타 셰프와 함께 올리브 오일 상품을 활용한 요리법을 전수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라방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탈리아 국민 바디케어 브랜드 '보로탈코'부터 최상급 올리브 오일 '튜리', 180년 전통 초콜릿 브랜드 '린도르' 등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살 때보다 더 저렴할 뿐만 아니라 무료 배송도 진행했다. 해외 직구 시 배송비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료 배송은 큰 혜택이다.

반응도 좋았다. 잇태리보스 in 롯데의 조회수는 50만회를 돌파했다. 일반 방송 대비 10배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스타 셰프인 '스테파노'가 직접 출연해 '튜리' 올리브 오일을 활용한 요리법을 전수한 방송은 준비 물량이 완판됐다. 이탈리아의 첫 스타벅스 매장인 '밀라노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진행한 '스타벅스 밀라노 에디션 텀블러' 방송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잇태리보스 in 롯데의 편성을 주 3회에서 5회로 확대했다. 매일 밤 9시에 방송 중이다. 퇴근 후나 일과 후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다.

이탈리아에서 현지 라방의 효과를 확인한 엘라이브는 다음 타깃으로 미국, 뉴질랜드를 잡았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미국과 뉴질랜드 방송을 주 1회 편성할 계획이다다. 이 팀장은 "미국은 해외직구 수요가 가장 많은 국가"라면서 "미국에선 잡화 방송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을 돌아다니면서 패션 잡화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준비하는 중이다.

뉴질랜드에선 건강기능식품이 유명한 만큼 '마누카 꿀' 등을 다루는 방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홈쇼핑의 주 고객층이 40대에서 60대까지인 만큼 해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소개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로움이 전략

엘라이브와 경쟁사들의 해외 라방과의 차별점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현장 라방은 스튜디오에서 방송할 때와 달리 비상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팀장은 "지방에서 라방을 진행할 때 지나가던 고객들이 이거 얼마냐고 불쑥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모바일 방송이다보니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끊기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장 라방을 고수하는 것은 장소 제약이 비교적 덜하고 현장이 주는 생생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지난해 3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현장 라방을 선보였다. 생동감을 더한 라이브 커머스에 고객들의 반응이 이어지며 상품 회당 평균 주문액이 일반 방송과 비교해 4배, 상품 조회수는 70% 높게 나타났다. 

또 모바일 라이브 앱 내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법도 고안했다. 그는 "고객들의 70~80%는 TV 방송을 보고 구매하러 들어온다"며 "고객들이 찾는 상품을 앱에서 보기 쉽게 카테고리화하고 TV 방송에 나오지 않은 상품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엘라이브 스튜디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런 노력 덕분일까. 지난해 엘라이브의 주문건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가장 높은 주문 비중을 기록한 고객 연령대는 40~50대 여성 고객으로, 전체 주문 고객 수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또 잇태리보스 in 롯데의 구매고객의 30% 이상은 40대 여성으로 집계됐다. 

라이브 커머스의 주 이용층은 2030세대였다. 여기에 4050세대도 고객으로 확보기 위해 이벤트, 적립금 혜택 등을 활용했다. 이 팀장은 "젊은 층은 댓글 참여에 거리낌이 없다. 반면 4050대는 댓글 참여가 어려우니 인사하기만 해도 적립금을 제공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엘하(엘라이브 하이)'를 적는 것만으로도 50원을 적립해주는 식이다.

엘라이브의 다음 타깃은 30대다. 4050세대와 30대의 교집합은 '여가'다. 롯데횸쇼핑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연극이나 공연 등을 배우와 함께 소개하고 티켓을 판매하는 월간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이다. 또 스킨스쿠버 강습권 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3대 스킨스쿠버 강사를 섭외해 맛보기 강습을 콘텐츠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정배 롯데홈쇼핑 엘라이브팀 팀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엘라이브팀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40대 후반인 이 팀장은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해보자"라는 말을 먼저 한다. 그는 "팀 내에서 제 몫은 20% 정도인 것 같다"며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일단 수용하고 방송 시기를 조절하는 데 신경쓴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새로운 상품이나 포맷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라이브 커머스 매출 규모가 경쟁사에 비해 작을 수는 있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아직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다른 쇼핑 채널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이다. 올해는 약 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옛날 TV홈쇼핑의 전성기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냐고 하면 단기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TV커머스(TV홈쇼핑 방송)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동력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소비자들이 모바일로 영상을 보면서 쇼핑하는 형태가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라이브커머스의 매출 규모는 작더라도 얼마나 쇼핑 채널로서 (쇼핑 시장에) 침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5년 안에는 TV홈쇼핑을 앞서는 침투율을 갖게 되고 매출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이 뉴스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세요.
톡방 종료까지 08:50:52 남았습니다.

타임톡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