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저출생 다 뚫어버린 사교육비…"잦은 제도 변경이 불안감 키워"
"서열화 체제, 과열 경쟁이 핵심 요인"
"입시 변화 잦아…불안이 사교육으로"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저출생 여파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역대급 경제 불황까지 겹쳤지만 사교육비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정책적 일관성 부재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졌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4일 2024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은 2023년 27조1000억원에서 2024년 29조2000억원으로 7.7%, 사교육 참여율은 78.5%에서 80%로 1.5%포인트(p) 증가했다. 2023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6%, 2024년 2.3%인 점을 고려하면 물가상승 요소를 뛰어넘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급별로 모두 사교육비 총액과 사교육 참여율이 증가했다.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 역시 7.3시간에서 7.6시간으로 늘었다.
사교육비 총액은 코로나19 대유행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에 19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감소한 이후 해마다 증가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21%나 증가한 23조400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21조원을 넘어섰다. 사교육비 증가율은 2022년 10.8%, 2023년 4.5%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더니 2024년에는 다시 7.7%로 증가했다.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반민특위)는 영유아와 재수생을 포함하면 사교육비 총액은 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전체 학생 수는 2023년 521만명에서 2024년 513만명으로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7.7%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260만명에서 250만명으로 10만명이 줄었지만 초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6.5%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2021년 4.6%에서 2022년 2.7%, 2023년 1.4%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반면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년 대비 2% 상승했고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6%나 인상돼 지난해 7월 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성장은 하락하고 물가는 오르는 불황 속에서도 사교육비만큼은 줄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지출을 보면 월평균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0.8% 증가할 때 300만원 미만 가구는 12.3%나 증가하면서 저소득층 역시 사교육에 지갑에 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원이고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은 월평균 비용이 154만5000억원에 달한다. 영유아 시기부터 사교육 지출이 시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성과계획서를 보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목표치를 2024년 26조7000억원, 2025년 26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늘봄학교, AI디지털교과서,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등의 제도가 도입했으며 정책들이 현장에 정착하면 사교육비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적 실책이 사교육비 증가를 부추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부는 늘봄학교 확대와 방과후학교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국가책임 교육 돌봄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을 유발했을 뿐 실제적인 사교육비 경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학교급, 학년에서 사교육비가 상승한 것은 수직 서열화된 고교체제 존치의 영향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과열된 경쟁이 사교육 핵심 유발 요인임을 직시하고, 경쟁 완화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종합적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입시제도의 잦은 변경이 사교육 유발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입시 관련 제도를 보면 2021학년도에 주요 대학 위주로 정시전형 40% 확대가 시작했고 2022학년도에는 통합수능이 도입됐다. 2024학년도에는 '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적용됐고 2025학년도에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전형 확대가 있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입시 변화가 너무 잦다보니 안정이 안 되고 뭔가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것 같다는 불안감이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적 일관성의 부재"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등 교육 비용은 출생을 꺼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공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에 대한 인식조사 연구를 보면 정책별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사교육비 부담 완화는 81.8%로 좋은 일자리 창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영유아 때부터 발생하고 이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지속된다면 향후 소득상위 자녀들만 좋은 대학에 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더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유아 사교육비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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