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그런 말은 질색이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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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문학 독자들은 특정 작가의 팬인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서도 최상희 작가는 '최상희의 청소년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창작 초기부터 계속 함께해 온 작가다.
'속눈썹'의 주인공인 녹주, 오란, 차미는 청소년소설 작가가 청소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청소년 인물 같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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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문학 독자들은 특정 작가의 팬인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 어른 독자, 어린이 청소년 독자를 불문하고 그런 것 같다. “이 작품이 너무 좋아요”라고는 말하지만 “이 작품이 좋아서 이 작가의 팬이 되었어요. 작가의 작품을 전부 다 읽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저마다 고유한 작품세계와 형식이 있는데 말이다. 마음 깊이 들어오는 작품을 발견한다면 그 작품을 쓴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도 좋을 텐데. 아마도 아동청소년문학에 대한 편견과 관련되지 않나 싶다. 아동청소년문학 작품을 우선 장르로만 바라보고 ‘누구의’ 문학이라고 감상하는 데는 소극적이기 때문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서도 최상희 작가는 ‘최상희의 청소년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창작 초기부터 계속 함께해 온 작가다. 특히 ‘델문도’ ‘바다, 소녀 혹은 키스’ 같은 단편집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현실 세계와의 접점을 잃지 않은 채 보여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청소년소설이 활발히 창작되기 시작하며 아동청소년문학의 하위 장르로 새롭게 자리 잡을 무렵 대개의 작품은 엇비슷한 이야기를 명쾌한 목소리로 청소년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런 현실에서 살아가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니 꿈과 희망을 가져. 기성 세대의 잘못으로 청소년이 살아가고 있는 왜곡된 현실에 대한 비판조차 결국에는 위로의 성격을 지녔다.
‘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이하 ‘속눈썹’)에 실린 다음 문장에서는 청소년을 향해 기성세대가 구태의연하게 말해온 메시지들이 비판된다. “강연 내용은 괜찮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든지, 청소년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마음대로 꿈을 펼쳐 보라는 말 따위를 하지 않는 점이 제일 괜찮았다. 그런 말은 질색이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청소년기를 거치지 않았거나 청소년기가 너무 괴로워서 스스로 최면을 걸어 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어른이 되면 지난 시절은 죄다 장밋빛으로 보이는 건가.”(48쪽)
‘속눈썹’의 주인공인 녹주, 오란, 차미는 청소년소설 작가가 청소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청소년 인물 같아 보이지 않는다. 작중 인물이 작가의 스피커로서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로 들린다. 그 이야기가 ‘대다수’ 청소년에게 일어날 법한 이야기인지, ‘대다수’ 청소년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오늘날의 소설은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 한 사람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는지는 나중 일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어딘가에도 독서실로 전락하지 않은 채 장서 5만권을 소장한 학교 도서관이, 그리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도서부원들이 있을 것이다. 자기보다 먼저 도서부원이던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서가에 일부러 숨겨놓고 친구들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 역시 어느 청소년 독자에게나 있을 것이다.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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