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점 주인부터 ‘슈블리맘’까지, 여사장의 역사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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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가서 길바닥에서 양장점을 한 적도 있잖아. () 재봉틀만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길바닥에서 옷을 만들었지."
송씨는 부산 광복동 길거리와 '하꼬방'에서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렸고 그렇게 '여사장'이 됐다.
여기에 대중문화는 '여성의 이윤 추구를 성적 욕망과 결부'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그릇되게 그려냈고, 이는 수많던 여사장들이 여성 기업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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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가서 길바닥에서 양장점을 한 적도 있잖아. (…) 재봉틀만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길바닥에서 옷을 만들었지.”
1921년생 송용순씨의 취미는 옷 만들기였다. 만들어 자신이 입거나 지인에게 선물했다. 한국전쟁이 터진 후 이 ‘우아한 취미’는 ‘필사의 생계’가 됐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아이들은 배 곯는데 남편은 체면만 중했다. 송씨는 부산 광복동 길거리와 ‘하꼬방’에서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렸고 그렇게 ‘여사장’이 됐다.
‘여사장의 탄생’은 여사장(여성 자영업자)을 조명한 보기 드문 저작이다. 한국 전쟁으로 아버지, 남편, 아들을 잃은 아내이자 딸이자 엄마였던 여성들은 전후 ‘생계와의 전쟁’을 치르는 명실상부한 주체였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 주도 경제성장 프레임 속에서 주로 내수시장에 뛰어든 여성 자영업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여성의 노동은 “임금 노동과 가사노동 위주로만” 살펴왔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프티부르주아’라 마르크스 관점 노동 연구에서도 소외됐다. 겹겹의 외면이었던 셈이다.
페미니스트 경제사학자 김미선은 구술과 신문·영화·소설 등 기록물을 참고해 이들의 존재를 들춘다. 전후 여사장들은 양재, 미용, 요리 등 통상 여성의 것으로 여겨진 영역에 ‘좌판’으로 진출해 ‘점포’를 가진 어엿한 사업체로 키워냈다. 취업할 일자리도 없었지만, 살림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압박 탓에 시간 사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영업을 택했다. 억척스럽게 생계, 육아, 살림을 해냈지만 이들은 자긍심만큼 자책감도 느낀다. 돈 버느라 ‘여성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문화는 ‘여성의 이윤 추구를 성적 욕망과 결부’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그릇되게 그려냈고, 이는 수많던 여사장들이 여성 기업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1950년대부터 최근 ‘슈블리맘’(코미디언 이수지가 패러디한 인플루언서)처럼 ‘공구’에 뛰어든 이들까지, 여사장의 역사를 훑어낸 흥미로운 저작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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