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29회 탄핵에 행정공백·세금 낭비… 질질 끈 헌재도 책임론

김형원 기자 2025. 3. 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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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8전 8패… “제도 악용” 비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이성윤 의원이 작년 12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감사원장(최재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조선일보DB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 시도는 모두 29차례 이뤄졌다.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탄핵이 인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13일 현재까지 탄핵 심판 사건 8건 모두 기각 결정이 났다. 대부분 합당한 사유 없이 정략적으로 밀어붙인 ‘졸속 탄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탄핵이 기각된 공직자에 대한 사법적 책임, 행정 공백으로 인한 정치적 책임, 세금 손실의 재정적 책임을 강제하는 수단이 없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제도적 허점을 악용(惡用)해 마구잡이로 줄탄핵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 등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 만인 2023년 2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연쇄 탄핵소추했다. 2년간 매달 1차례 이상 탄핵안이 나온 셈이다. 특정 고위 공직자를 겨냥해 2~3차례 반복적으로 탄핵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공직자 직무가 정지된 경우는 13건이다.

나머지 16건은 탄핵안이 철회되거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치적 압박을 받은 공직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탄핵안이 폐기된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2023년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자신을 겨냥한 탄핵안이 3차례나 거듭 발의되자 스스로 직(職)에서 물러났다. 이 전 위원장 후임인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그다음인 이상인 전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도 탄핵안이 발의되자 자진 사퇴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도 마찬가지 경우다.

그래픽=송윤혜

이들 탄핵소추의 상당수는 억지·졸속으로 진행됐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안에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는 대목이 잘못 들어가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작은 오류”라고 했지만, 검사들까지 한꺼번에 탄핵하는 과정에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뒤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한 지 이틀 만에 탄핵됐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경우 “야당 대표를 노려봤다”는 것이 탄핵 사유에 들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은 미확인 소문, 일방적 주장, 무혐의로 결론 난 사건 등으로 ‘탄핵 명단’에 올랐다.

헌재는 지금까지 8차례의 탄핵 심판 결정에서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기각했다. 여권에선 탄핵 심판 ‘8전 8패’에 따른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잇따른 탄핵으로 고위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돼 행정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 혼란, 행정 공백뿐만 아니라 대외 신뢰도 하락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은 안중에도 없이 ‘묻지 마 탄핵 폭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5.03.13 /남강호 기자

민주당은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공직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날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하자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헌재가 최 감사원장의 일부 불법적 행위를 확인했다”고 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적 요건이 미비한 연쇄 탄핵에 대해 “무고(誣告)성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사법적 책임을 따지자면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에 가깝다”고 했다.

기각으로 끝난 탄핵 심판에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국회가 탄핵 심판에 지출한 비용은 4억6024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탄핵을 공언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사법 리스크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재명 대표는 ‘묻지 마 줄탄핵’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며 “제 한 몸 지키자고 국민 혈세를 마구 내다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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