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실 생생하게 드러낸 포로 인터뷰… 우리 품 안착까지 관심 기울여야

정리/김정형 기자 2025. 3. 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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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3월 정례 회의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준·김재련·김별아·김경희 위원, 조중식 부국장, 김도연 위원장, 이성주·박원호 위원. /김지호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0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 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북한군 포로

-<우크라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2명 현지 단독 인터뷰>(2월 19일 자 A1~3면)는 지난 1년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특종이다. 오랜만에 적극적인 저널리즘을 기사로 접했다. 사실 확인에 대한 사명감은 국경과 편견을 뛰어넘는 기자 정신의 바탕이다. 복잡한 분석 하나 없이도 북한 현 체제의 모순과 문제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26세 리씨와 21세 백씨를 바라보는 시선이 온정적이거나 감상적인 데 머무르지 않아서 신뢰가 갔다. 이들이 대한민국 품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한국행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한 것이 약간 ‘압박’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먼저 말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키이우 4번 찾아… 대통령 인터뷰보다 값졌던 포로 인터뷰>(2월 21일 자 A2면)에서 취재기를 통해 음모론 등을 직접 해명한 것도 좋았다.

-최근 헌법재판소 관련 기사 제목을 살펴보면 <졸속 헌재>(2월 11일 자 A1면) <‘내란 규명’ 시늉만 한 헌재>(2월 13일 자 A1면) <증인 채택 번복, 갈팡질팡 헌재>(2월 15일 자 A1면) <尹 탄핵 심판 앞두고 ‘정치 편향 논란’ 자초한 헌재>(2월 28일 자 A1면) 등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이재명 대표 재판보다 속도를 낸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 심판은 상당한 시급성을 가지고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게 중요하다. “헌재가 심판을 너무 급하게 진행한다” “시늉만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헌재뿐 아니라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정치 환경에서 조선일보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게 올바른지 모르겠다. 이제는 법적 절차뿐 아니라 정치적 고려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좋겠다.

-지난달 27일 헌재가 두 가지 중요한 판단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헌법상 중립적 지위에 있는 선관위에 대해 직무 감찰을 하는 것은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원칙적 판단이었는데, <尹 탄핵 심판 앞두고 ‘정치 편향 논란’ 자초한 헌재>(2월 28일 자 A1면)라고 제목을 달았다. 기사에 ‘정치 편향’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선관위가 암묵적으로 야당의 편파적 부정선거를 획책했다는 전제가 깔린다. 다음 날 <헌재 8명 중 6명이 선관위원장 출신, 심판에 영향 미쳤나>(3월 1일 자 A4면)가 실렸다. 헌재 재판관 정도라면 지방 선관위원장을 당연히 맡았을 것인데, 이들이 선관위 편을 들었다는 식으로 썼다. 헌재가 야당과 편을 먹고 선관위를 옹호하고 있다는 구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승복 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나친 헌재 흔들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 12월 계엄을 계기로 부정선거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가권력을 국민이 선택하는 일인데, 선거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해 많은 유권자가 선거 결과를 불신하면 사회적 갈등과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 의혹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려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논설실의 뉴스 읽기] 끝없는 부정선거 논란 해결책은>(2월 21일 자 A29면)은 시의 적절했다. 주장과 의혹에 대한 토론으로 의혹이 사라질 수 있도록 지면을 더 할애하면 좋겠다.

▨ 2030 리포트

-<[한국 2030 리포트] “강의실서 사회서… 내가 볼 혜택, 중국인이 뺏는 느낌”>(3월 6일 자 A5면)은 ‘반중(反中) 정서’를 중점으로 다뤘는데, 개인적 경험으로 생긴 박탈감과 혐오 감정을 강조해 편견을 심어 줄 우려가 있고,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슬아슬했다.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이들에 대한 혐오 같은 것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데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 <‘탄핵 반대 청년 4인’ 인터뷰>(3월 5일 자 A4·5면)는 2030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보기 어려운데 과하게 지면을 할애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전의 한 초등학생이 교내에서 교사에게 살해당한 사건은 피해자, 피의자, 범행 장소 모두가 충격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딸 이젠 영원히 방학이네”… 아빠는 눈물로 영정사진 닦았다>(2월 12일 자 A10면)는 굉장히 선정적이고 감정적이다. ‘눈물바다’가 된 빈소, 가족과 담임교사의 오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아이의 꿈 등 피해자의 연약성을 강조해 사건의 비극성을 극대화했다. 아동 범죄 피해 보도 준칙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尹 딥페이크 영상, 광주 찬탄 집회서 틀어… 대통령실 “법적 조치”>(2월 17일 자 A8면)는 윤 대통령이 여성들과 함께 수영복이나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하고, 술 마시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광주(光州)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서 한 유튜버의 차량을 통해 송출됐다는 내용이다. 현행 성폭력특례법상 ‘딥페이크 불법 음란 영상물’에 해당한다. 딥페이크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범죄인지 강조하고, 정치가 혐오와 성적 모독과 결합하는 끔찍한 상황을 선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적극적으로 인지 수사하고, 처벌 여부에 대한 후속 보도도 반드시 해야 한다.

▨ 의료 분쟁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어떤 사안이건 직역 이기주의와 연결되면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X-레이 찍겠다” 한의사들, 의료계 분쟁 ‘X파일’ 열었다>(2월 26일 자 A12면)가 다룬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 갈등이 전형적 사례다. 기사에선 두 직역 간 ‘돈 싸움’ 구도가 도드라진다. 재정적 이해관계가 의료 갈등의 큰 동인(動因)임은 사실이지만, 한의학 고유 이론과 영상 진단의 접목이 타당한지, 의대·한의대 교육과정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환자의 비용 부담과 안전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 같은 핵심 쟁점을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의사만 하던 골수 채취·피부 봉합… 이젠 PA 간호사도 한다>(3월 7일 자 A1·10면)는 PA 간호사의 업무 확장을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현실적 해법’처럼 묘사하지만, 책임 소재와 환자 안전이라는 본질적 쟁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업무 범위 확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환자와 간호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PA 간호사의 시술·처방 담당에 대해 환자가 동의하는 절차, 간호사의 처치에 따른 의료 분쟁 때 보험 적용이나 보상 책임 문제, 간호사 교육과 자격 검증 등에 대해서도 다뤄주면 좋겠다.

-<윤미향 ‘치매 기부’ 논란 길원옥 할머니 별세>(2월 17일 자 A10면)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의 삶이 아닌 윤미향 전 의원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아쉬웠다. 할머니가 어떤 피해를 당했고, 어려움 속에서도 매주 수요 집회에 참여하는 등 인권 활동가로 살아온 삶이 어떠했는지 등을 조명했다면 위안을 얻지 못한 채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마지막 예우가 되지 않았을까.

-최근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대학 캠퍼스에서 탄핵 찬반 양측의 충돌에 대한 기사가 연일 나온다. 일시적 충돌이 있긴 하지만 침소봉대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보도가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을 더욱 부추길까 우려된다.

▨ 온누리 앱

-<두 달 늦게 시작한 ‘온누리’ 앱, 첫날부터 먹통이었다>(3월 3일 자 A10면)는 디지털 온누리 상품권(재래장 상품권) 통합 앱이 출범 첫날 종일 접속 장애를 빚었다는 비판 기사다. 온누리 상품권이나 지역 화폐를 이대로 계속 운영해도 좋은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불특정 소수가 얻는 혜택에 세금을 들여야 할 근거가 약하고, 소비 촉진 효과도 불확실한데, 국회에서 생색내며 예산만 늘리고 있다.

-평소 여성 과학기술인 관련 기사가 부족해 아쉬웠는데 최근 <[대학, 미래를 말하다] 이화여대 이향숙 총장 “이공계 인재 키워 떨어진 대학 평판 올리겠다”>(3월 4일 자 A12면)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딥시크·엔비디아의 여성 과학자 돌풍… 한국은 너무 부족하다>(2월 17일 자 A33면) 등 기사와 칼럼이 실려 반가웠다.

-<[기자의 視角] 산으로 가는 외국인 도우미>(3월 6일 자 A30면)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외국 사례를 그대로 차용한 정책의 한계를 정확히 짚었다. 이미 최저임금이 급등한 우리나라를 최저임금제조차 없는 나라와 단순 비교해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여부, 40만명에 이르는 국내 불법 체류자 문제 등 복합적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 공감했다.

-<방시혁, 한경협 총회서 홀쭉해진 모습 눈길>(2월 21일 자 A20면)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체중 감소를 다뤘다. 기업 대표의 외모 변화보다 주목해야 할 점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한경협에 가입한 하이브가 가지는 의미다. 엔터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향후 역할에 대한 심층 분석이 독자들에겐 더 가치 있는 정보다.

▨ 미·우크라 회담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이 파국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1953년 조인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의 외교 경험을 <한국은 더한 수모도 겪었다… 회담장 박차고 나간 美에 결실 얻어내>(3월 3일 자 A5면)에서 다뤘다. 주말 새 이런 기사를 준비한 조선일보가 놀랍다. 같은 면 <박정희·카터는 ‘미군 철수’ 놓고 150분 설전> <트럼프·젤렌스키, 6년 전부터 뿌리 깊은 악연>처럼 맥락을 짚어주는 것이 전통 미디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특파원 리포트] 한국까지 침묵한 러시아의 침공>(2월 26일 자 A30면)은 한국 외교가 직면한 딜레마의 핵심을 잘 지적했다. 방위 공약이나 시장 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대미 관계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다자주의 세계 질서의 유지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미국 편중 외교로 일관하는 것은 위험이 매우 크다. 이런 딜레마에 대응할 방책을 제대로 설명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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