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상업영화 81% '남성 감독-남성 주연'

윤유경 기자 2025. 3. 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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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 발표
여성 인력 전반적 상승, 상업영화 여성 촬영감독은 3년 연속 0명
여성 캐릭터 증가했으나…입체적 재현 아닌 '구색 맞추기' 우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사진=pixabay

지난해 한국영화 여성 창작자들의 참여 비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연 제외 여성인력은 여전히 평균 30%에 그치거나 상업영화에서는 '남성 감독-남성 주연'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성별 불균형 문제는 남았다.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증가했지만 입체적 재현이 부족해 근본적으로 여성 창작자들의 증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 7일 공개한 '2024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실질 개봉작 182편 중 여성 핵심창작인력의 비율은 감독 24%, 제작자 25.6%, 프로듀서 35%, 주연 48.1%, 각본가 34.7%, 촬영감독 8.9%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모든 직종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높아졌고 감독을 제외한 모든 직군의 숫자 역시 증가했으나, 주연 직종 제외 여성 인력은 평균 30% 수준에 그쳐 근본적으로는 성비가 불균형한 상황이다.

▲ 2024년 실질개봉작 핵심창작인력 성비.2024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 갈무리.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에서도 여성 인력이 늘어났는데, 특히 전년 대비 여성 감독 작품이 한 편에서 다섯 편으로 증가했다. 이중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를 제외한 '시민덕희', '그녀가 죽었다', '파일럿', '대도시의 사랑법' 등 네 편은 모두 흥행 순위 30위 안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진위는 “다섯 편의 작품 모두 여성 주연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는 점, 여성의 도전과 성장을 그리거나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조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내용 담고 있어 다양한 층위의 여성 서사를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독립·예술영화 분야에서도 여성 감독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 임선애 감독의 '세기말의 사랑',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 정지혜 감독의 '정순' 등이 관객들을 만났다. 영진위는 “독립·예술영화계에서 경력을 시작해 상업 시장으로 진입한 여성 감독들이 중급예산 영화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흐름에 기여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영화계 다양성 증진을 위해선 독립·예술영화 여성 감독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창작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다운 감독의 '땅에 쓰는 시', 양지혜 감독의 '괜찮아, 앨리스' 등 여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분야 활약 관련해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경험을 녹여낼 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관객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 영화 '시민덕희'와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여성 주연 영화의 흥행도 주목할만 하다. 라미란 주연의 '시민덕희', 김고은 주연의 '대도시의 사랑법', '파묘', 이혜리 주연의 '빅토리' 등은 탁월한 연기력 등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김재화 주연의 '그녀에게', 오민애 주연의 '딸에 대하여' 등 독립·예술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소풍'의 나문희, '도그데이즈'의 윤여정은 그간 상업영화계에서 주변부로 밀려있던 노년의 삶과 현실의 고민을 펼쳤다. 영진위는 “물론 남성 배우 위주로 편성된 상업영화 시장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며 “전년도 '밀수'의 성공에 이은 2024년의 호조는 여성 배우와 서사가 대중적 요구, 산업적 필요와 맞물려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신호”라고 했다.

한계도 여전하다. 지난해 상업영화와 OTT 오리지널 영화에서 여성 촬영감독은 3년 연속 0명을 기록해 기술 직군 성별 분업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상업영화에서 '남성 감독-남성 주연' 비율은 약 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영진위는 “여성 핵심창작인력은 여전히 평균 3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실질개봉작과 상업영화 간의 여성 인력 비율의 격차가 계속되고 있다”며 “여성 인력이 어렵게 극장 개봉영화 시장으로 진입하더라도 상업영화로 경력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을 재확인해준다”고 지적했다.

여성 캐릭터 증가했으나…입체적 재현 아닌 '구색 맞추기' 우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 30위 영화 중 27편을 분석한 결과, 성인지 관점의 캐릭터 분석 방식 '벡델 테스트' 통과작은 16편(59.3%)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빈도와 비율을 기록했다. 벡델 테스트를 위해선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최소 2명 등장하는가 △그 두 명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그 대화의 주제가 남자 이외의 것인가 등의 질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영진위는 “여성이 주연에 한 명이라도 포함된 경우 대다수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데서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주·조연을 맡은 여성 캐릭터가 적어도 양적으로는 증가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영화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재현되고 있는지 조사하는 '다양성 테스트' 점수는 12점으로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점수로 나타났다. 다양한 인종·종족·국적의 캐릭터들과 더불어 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의 증가가 점수에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히든페이스', '대도시의 사랑법'에는 성소수자 인물들이 주연으로 등장했고, '청설'에선 청각장애를 지닌 인물이 주·조연급으로 활약하며 능동적 인물로 등장했다. 다양한 인종·종족·국적을 가진 캐릭터가 나온 영화는 총 12편인데, '탈주', '원더랜드'에는 주연으로, 나머지 10편에선 주·조연급에서 단역까지 다양한 배역으로 등장했다.

다만 여성 재현 양상의 부정성을 체크하는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의 결과는 전년도와 유사한 빈도와 비율을 유지했다.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해당작은 2022년 이후 3년째 늘어나고 있다. 영진위는 “결국 여성 캐릭터 재현이 깊이 있게 고민되지 않은 채 '구색 맞추기'에 머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현재 남성 위주의 창작 환경 안에서는 질적 다양성 확대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 캐릭터의 입체적 재현을 위해서는 여성 핵심창작인력의 증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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