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행보’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가시돋힌 말들 [현장메모]

정필재 2025. 3. 13. 22: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러 축구인을 만나 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도 찾아가서 더욱더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26일 4연임에 성공한 후 당선 소감에서 유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정 회장이나 축구협회 입장에선 지적 사항들 중에 동의하기 어렵거나 억울하게 여기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85.7%라는 압도적 지지를 '축구인들이 정부와 맞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잘못 해석해선 안 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 축구인을 만나 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도 찾아가서 더욱더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26일 4연임에 성공한 후 당선 소감에서 유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정 회장은 여러 축구 인플루언서(영향력자)들과 소셜미디어(SNS)로 관계를 트고, ‘정몽규·홍명보 아웃’을 외쳤던 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 측을 만나 대화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 12일 충남 천안에 들어설 축구종합센터 건설 현장에 출입기자단을 초청한 것도 그 일환이다. 정 회장은 이날 내내 밝은 표정으로 축구종합센터 시설 곳곳을 직접 안내하며 언론과 거리도 좁히려 애썼다.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소통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외로 둔 듯했다. 자신의 연임을 반대하고 축구협회 혁신을 압박했던 문체부를 향한 껄끄러운 감정이 이날 거친 말 속에 묻어났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정 회장이 축구종합센터 대표 건축물이 될 KFA 스타디움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1800억원이나 썼는데 고작 50억원인가밖에 지원하지 않고 사무실로(도) 못 쓰게 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약 4000억원이 투입된 센터 건축비 중 일부를 지원한 문체부가 센터 내 축구협회 사무실 입주를 막는다며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문체부는 ‘국가보조금이 쓰인 공적 건물에 축구협회 사익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의 태도로 짐작해보건대, 문체부가 축구협회에 권고한 수많은 지적사항을 인정하고 개선할지도 미지수다. 예컨대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문체부가 사단법인(에서) 감독을 뽑는 일에 관여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모든 잡음의 시발점은 축구협회였다.

승부조작 비리 축구인 사면 논란이나 홍 감독 선임 문제 등 정 회장의 지도력과 축구협회 행정을 둘러싼 숱한 잡음이 터지고 “축구협회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여론의 질타가 나오자 문체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환골탈태 의지보다 ‘정부가 관여하면 월드컵에 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맞서는 모양새였다. 축구협회에 대한 문체부 감사 결과 예상대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물론 정 회장이나 축구협회 입장에선 지적 사항들 중에 동의하기 어렵거나 억울하게 여기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85.7%라는 압도적 지지를 ‘축구인들이 정부와 맞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잘못 해석해선 안 된다. 문체부가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것의 상당 부분은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문체부와도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목청껏 응원하는 건 축구대표팀이지 축구협회가 아니다. 축구협회 행정 문제로 많은 축구팬이 대표팀 경기를 보이콧했던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rus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