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과제이자 유산 ‘근현대사 무대’는 어떻게 탈바꿈했나[책과 삶]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백창민 지음
한겨레출판 | 540쪽 | 2만5000원
“1945년 해방을 맞았다. 일본인 위주로 운영되던 ‘그들의 ○○○’은 ‘우리의 ○○○’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도서관 ‘덕후’인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은 물론 도서관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 80년 넘게 이어져온 어지간한 제도, 기구, 기관, 시설 중 위의 설명이 들어맞지 않는 게 있을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곳은 별로 없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식민 시대는 우리의 청산 과제인 동시에, 우리가 이어받은 유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책은 근·현대사의 무대였던 도서관 30곳의 역사와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프리즘으로 우리 역사를 분광해 본 책이다.
서울 종로구 화동의 정독도서관만 봐도 140년 넘는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 정책을 떠받친 것은 고교평준화와 옛 명문고교의 강남 이전이었다. 정독도서관은 당대의 수재들이 모여들었던 경기고가 이전한 곳에 세워졌다. 도서관 명칭 자체가 박정희의 정(正), 독서의 독(讀)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런데 이 자리는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의 집터였다. 혁명을 꿈꿨지만 3일 천하로 끝나며 요즘 말로 ‘내란 수괴’가 된 김옥균의 집은 불탔고, 집터는 국가에 몰수됐다.
1900년 이곳에 관립중학교가 세워졌고 일제시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해방 후 경기고가 됐다.
서울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의 4·19혁명기념도서관에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도서관 자리는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의 원흉 이기붕의 집터다. 반국가세력의 재산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혁명을 기념하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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