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1개 두께의 2차원 금속판 단조하는 '나노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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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매우 얇은 2차원(2D) 물질은 덩어리 형태일 때와는 다른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져 차세대 전기소자 소재 등으로 주목받는다.
중국 연구팀이 구리 단조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사파이어로 만든 모루 2개 사이에 금속을 녹이고 압착하는 방식으로 원자 1~3개 두께의 2D 금속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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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매우 얇은 2차원(2D) 물질은 덩어리 형태일 때와는 다른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져 차세대 전기소자 소재 등으로 주목받는다. 중국 연구팀이 구리 단조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사파이어로 만든 모루 2개 사이에 금속을 녹이고 압착하는 방식으로 원자 1~3개 두께의 2D 금속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 광위 중국과학원 물리학연구소(IOP) 교수팀은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보다 더 작은 단위인 수 옹스트롬(Å, 1Å은 0.1nm) 두께의 2D 금속판을 제조하는 방법인 '반데르발스(vdW) 스퀴징'을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1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2004년 탄소(C) 원자들이 판 형태로 존재하는 2D 물질 그래핀이 등장한 이후 수천 개의 2D 물질이 이론적으로 예측되고 수백 개의 2D 물질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순수한 금속이 얇게 펴진 2D 금속판도 구현하려고 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쳤다.
문동훈 서울대 재료공학부 연구원은 "금속 원자들은 서로 뭉치려고 하는 힘이 강하다"며 "기판 위에 증착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금속 원자들이 섬 형태로 모이기 때문에 원자 두께의 박막으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구리를 뜨겁게 달군 뒤 망치로 두들겨 가공하는 단조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2D 금속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사파이어로 만든 단단한 모루 사이에서 금속을 녹인 뒤 비틀어 압착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구현된 2D 금속판 중 가장 얇고 넓은 형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먼저 사파이어 기판 위에 표면이 평평한 2D 물질인 이황화몰리브덴(MoS2)을 쌓은 모루 2개를 만들었다. 금속이 얇게 펴질 수 있도록 금속과 잘 결합하지 않으면서도 평평한 표면을 구현한 것이다. 사파이어와 이황화몰리브덴은 압착 과정에서 가해지는 매우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물질이다.
사파이어 모루 사이에 올려 둔 금속 가루를 녹이고 식는 과정에서 강하게 압착하자 2D 금속판이 구현됐다. 금속판은 2개의 이황화몰리브덴 층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채로 분리됐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이용해 두께 6.3Å 이하의 비스무트(Bi)판, 두께 5.8Å 이하의 주석(Sn)판 등 다양한 2D 금속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비스무트 원자의 반지름은 1.48Å이다. 연구팀은 금속판의 두께를 단일층, 이중층, 삼중층까지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도 성공했다. 금속판의 너비는 0.1~0.2mm로 구현됐다. 원자 두께로 이정도 넓이의 금속판을 만든 것은 최초다.
실험을 통해 구현된 단일 원자 두께의 비스무트 금속판은 덩어리 비스무트보다 전기전도도가 약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트랜지스터 등 전자소자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2D 금속판이 반도체 소자 제조 과정의 고온 공정에서도 안정적인지 입증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존재한다.
연구팀은 "개발된 압착 기술이 2D 금속과 합금뿐 아니라 다른 2D 화합물을 제조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며 "구리 등 녹는점이 500℃ 이상인 금속에 대해서도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5-08711-x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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