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 심장 이식한 호주 남성 100일간 생존…'역대 최장'

작년 11월 이식…이달초 기증자 나타날 때까지 유지
심장 '기능' 및 환자'생존'에 초점 맞춰 단순화
자기부상 기술 이용해 혈액 공급…판막 마모 등 해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호주의 한 40대 남성이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인공심장을 이식한 채 100일을 생존했다고 CNN비즈니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역대 최장 기간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타늄으로 제작된 바이바코르(BiVACOR)의 ‘토탈 인공심장’. (사진=바이바코르 홈페이지)

익명을 요구한 이 호주 남성은 지난해 11월 시드니 세인트빈센트 병원에서 티타늄 인공심장을 이식받았다. 이달 초 심장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그는 지난달 인공심장을 이식받고 가장 오래 생존한 인물이 됐다.

세인트빈센트 병원, 모나시 대학교, 그리고 이 장치를 개발한 미-호주 합작기업 바이바코르(BiVACOR)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해당 남성에 대해 “심부전이 심각했지만 (새 심장을 기증받고)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친이 심장병으로 사망한 뒤 티타늄 인공신장을 발명하게 됐다는 호주의 생명공학자 대니얼 팀스는 성명에서 “수십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바코르의 의료팀과 인공심장을 신뢰해준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들의 용기가 수많은 환자들이 이 새로운 생명구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바이바코르의 ‘토탈 인공심장’(TAH·Total Artificial Heart)은 심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오랜 기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은 임상시험 중으로 일반적인 사용은 승인받지 못했다.

이 심장은 자기부상 로터가 혈액을 지속적으로 뿜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심장 구조를 똑같이 모방하기 보다는 심장의 ‘기능’과 이식받은 환자의 ‘생존’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크기가 작고 마모에 취약한 밸브나 기계식 베어링이 없다. 인공심장의 문제점 중 하나인 판막의 마모와 혈액 세포의 손상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1분에 12리터의 피를 내보낼 수 있어 심장을 이식한 환자는 운동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인원은 매년 약 1800만명에 달한다. 미국에선 지난해 약 3500명이 심장을 이식했으며, 4400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기 타당성 조사에서도 바이바코르의 티타늄 인공심장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5명의 환자가 성공적으로 이식을 받았다. 첫 번째 환자는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는 58세 남성으로, 지난해 7월 텍사스 메디컬센터에서 수술 도중 심장을 이식했다. 그는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8일 동안 심장을 이식한 채 생활했다.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크리스 헤이워드 박사는 “인공심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기증자의 심장을 기다릴 수 없거나 기증자의 심장을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