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VS 29개팀 맞대결로 펼쳐질 2025 메이저리그...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은? [2025 MLB 개막특집]

남정훈 2025. 3. 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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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해지는 3월은 야구팬들에게 가장 설렘 가득한 달이다. 겨우내 스토브리그를 지켜보며 야구에 대한 갈증을 갈음했던 야구팬들은 3월부터는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며 치고 달리고 던지는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다. 22일 개막하는 KBO리그에서 앞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18,19일 양일 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도쿄 시리즈’ 개막전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 MLB 최고의 슈퍼스타 오타니, 도쿄돔으로 ‘금의환향’

지난 시즌 MLB 개막은 서울 고척돔에서 ‘서울시리즈’로 명명돼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2연전으로 펼쳐졌다. 한국에서 열린 사상 첫 메이저리그 경기였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서울시리즈 참가팀으로 선정된 이유는 간단하다. 다저스는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인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가 오래 뛰어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MLB 구단이다. 샌디에이고는 당시 김하성의 소속팀이었다. MLB 사무국은 흥행을 위해 한국 야구팬들의 구미를 가장 강하게 당길 수 있는 매치업으로 서울 시리즈를 치렀다.

일본에서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을 시작으로 2004년, 2008년, 2012년, 2019년에 이어 2025년이 6번째 도쿄돔 개막전이다.

이번 매치업이 다저스와 컵스로 정해진 이유도 비슷하다. 양 팀 모두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에는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만 3개를 보유한 현 시점 MLB 최고의 슈퍼스타인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역대 MLB 투수 최고액 계약 기록(12년 3억2500만달러) 보유자인 야마모토 요시노부,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숱한 화제 끝에 다저스 유니폼을 택한 ‘레이와의 괴물’ 사사키 로키가 있다. 컵스에도 지난 시즌 컵스에 입단해 15승3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하며 단숨에 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난 좌완 이마나가 쇼타와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가 포진해 있다. 다저스와 컵스는 도쿄시리즈 1차전 선발로 야마모토와 이마나가를 예고했다. 사사키도 다저스의 2차전 선발로 등판한다.

이번 도쿄시리즈는 오타니가 일본 땅에서 치르는 첫 메이저리그 경기로도 주목받는다. 타자와 투수를 병행하는 유일무이한 선수로 일본 열도를 넘어 전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로 우뚝 선 오타니는 일본 야구팬들의 자부심이다. 오타니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일본 팬들이 도쿄 시리즈 예매사이트에 몰려들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다만 도쿄 시리즈에서 오타니는 타자로만 나설 예정이다. 오타니는 지난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 여파로 지난해엔 타자로만 나섰음에도 MLB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던 50홈런-50도루 고지를 정복해내기도 했다. 올 시즌부터는 투수도 겸업하지만, 부상 방지를 위해 5월부터 천천히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 ‘新 악의 제국’ 다저스, 월드시리즈 2연패 달성할까

지난 시즌 다저스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오타니에게 역대 프로스포츠 최고액 신기록인 10년 7억달러(올 겨울 후안 소토가 15년 7억6500만달러로 경신)의 거액 계약을 안기며 영입에 성공했고, 야마모토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대어급 선수들을 여럿 보강하며 월드시리즈 0순위로 꼽혔다. 예상대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다저스의 상대는 역대 최다인 28회 우승을 자랑하는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 미국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 팀인데다 과거 다저스가 LA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 브루클린을 연고로 했던 역사, 43년 만에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사연까지 더해진 최고의 매치업이었다. 결과는 다저스의 4승1패로 구단 통산 8번째이자 2020년 이후 4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양키스는 전력 차를 실감하며 패했다.

지난 시즌 전력만 유지해도 올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일 텐데, 다저스는 이번 겨울에도 쉬지 않았다.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인 좌완 선발 블레이크 스넬을 5년 1억8200만달러를 주고 영입했고, 불펜 FA 최대어인 좌완 태너 스캇도 4년 7200만달러, 셋업맨과 마무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우완 불펜 커비 예이츠도 영입했다. 테오스카, 토미 에드먼 등 내부 선수들도 붙잡으며 전력 유출도 최소화했다.

다저스가 스토브리그에서 2년 연속 거액을 들여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는 비결은 ‘디퍼’(지불유예)다. 오타니 영입에도 계약기간인 2024년부터 2033년까지는 연간 200만 달러만 주고, 계약이 끝난 뒤인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매해 68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디퍼를 활용했다. 디퍼를 통해 팀 연봉 총액에 유동성을 가져와 양질의 선수를 다수 영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다. 현재 다저스에 지불유예된 연봉만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과거 스토브리그에서 대어급 선수들을 거침없이 영입했던 양키스의 별명이 ‘악의 제국’이었는데, 이제는 다저스가 ‘新 악의 제국’으로 불리고 있다.

올 시즌 MLB의 가장 큰 관심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 달성 여부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월드시리즈 3연패를 달성한 양키스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2연패를 해낸 팀이 없었다. 다저스는 현재 전력만 놓고 보면 월드시리즈 2연패는 따 논 당상이다. 괜히 올 시즌 MLB가 다저스 VS 나머지 29개팀의 대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창섭 SPOTV MLB 해설위원도 “미국 현지 통계 사이트에서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을 19.8%로 예측할 정도로 다저스가 압도적이다. 다저스의 적은 내부의 부상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다저스의 전력은 다른 팀들과 비교불가”라고 전망했다.

◆ ‘키움 출신 3인방’, 한국인 메이저리거 명맥 잇는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간판인 오타니를 비롯해 13명이나 된다. 그에 비해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단출하기 그지없다. ‘키움 출신 3인방’인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다저스)에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까지 5명에 불과하다.

이중에서도 풀타임 메이저리거의 지위가 확보된 선수는 김하성과 이정후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 김혜성은 지난 12일 ‘도쿄시리즈’ 엔트리 승선 불발 소식이 들려왔다. 김혜성은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배지환도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아직 메이저리그 로스터 생존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진출 2년차 고우석은 시범경기에도 나서기 전에 섀도 피칭 도중 손가락을 다쳐 시범경기 마운드에서도 서보지도 못하고 마이너리그로 다시 돌아갔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톱타자 혹은 3번 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팀 타선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에서 MLB에 진출한 선수 중 최고대우로 태평양을 건너간 이정후는 5월에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어깨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다. 순조롭게 재활과 회복 과정을 거친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업체인 ‘팬그래프닷컴’도 이정후가 올 시즌에는 제 몸값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 시즌 이정후의 예상 성적을 타율 0.294 13홈런 63타점 89득점 13도루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4.1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이정후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간판스타로 점찍고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부상만 없다면 좋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맏형’인 김하성은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었으나 어깨 부상으로 인해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확인해야 했다. 김하성이 택한 행선지는 스몰마켓 강팀의 대명사인 탬파베이로, 2년 290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1300만달러를 연봉으로 받는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옵트아웃해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5월 초 복귀가 예상되는 김하성은 팀 내 최다연봉자이기 때문에 곧바로 주전으로 그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은 “김하성으로선 사실상 ‘FA 재수’기 때문에 빠른 복귀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어깨 부상으로 인한 수비력 저하만 없다면 시즌 뒤 다시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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