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던 리더십은 잊어라: 2025 리더십 트렌드

백승현 2025. 3.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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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휴넷과 함께하는 리더십 여행


지난 4년간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속도는 2.83배 증가했다고 한다. 2020년에 1년이 걸리던 변화가 이제는 4개월만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2025년은 더 큰 지각변동의 해가 될 전망이다. 우선 4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수십 년간 조직의 기둥이 되어온 경험과 지혜가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생성형 AI는 관리자의 업무를 대체했고, Z세대는 목적 지향성을 중시하며 리더에게 진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승리하는 리더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트렌드#1. AI vs. 인간 리더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예측은 이제 식상한 이야기가 되었다. 2025년의 진짜 화두는 ‘AI가 리더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일지도 모르겠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리소스 최적화, 업무 효율성 분석 등에서 AI는 이미 인간 리더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컨설팅사 콘페리의 글로벌 워크포스 서베이에 따르면, 경영진 10명 중 7명은 향후 3년 내 AI가 자신들의 역할을 크게 재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AI 도입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인간미'를 강조한 리더십의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는 점이다. 맥킨지, 포브스 등 여러 기관에서는 감성지능을 2025년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꼽는다. 직장인 리뷰 플랫폼인 글래스도어에서 리더십 관련 키워드 변화를 살펴보면, 웰빙 지원, 번아웃 해소, 다양성 포용과 같은 '공감형 리더십'에 대한 언급이 최근 5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감성지능은 단순한 '따뜻함'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관리 등의 감성지능 요소가 AI 시대에 리더의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현명한 리더들은 이미 'AI 리터러시'를 넘어 'AI 리더십'을 고민하고 있다.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팀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 AI와 팀원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2025년 리더는 더 이상 기술을 다루는 리더가 아니라, 기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번역가가 되야 한다.

트렌드#2. 관리자를 거부하는 시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걱정이 한창이지만, 가장 먼저 변화를 맞이하는 직책은 '관리자'일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관리자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온라인 신발 유통기업 자포스는 2013년에 관리자가 없는 홀라크라시(자율경영) 모델을 실험했다. 유명 게임사 밸브는 '보스가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 대기업인 바이엘까지 이러한 탈관리자 흐름에 동참했다.

기업들의 탈관리자 흐름 속,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른바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현상이다. 관리자 역할을 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과도한 책임감에 대한 부담, 일과 삶의 균형 유지의 어려움, 장기적인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감 등이 주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는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와 아래에서 치받는 불만 사이에서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관리자는 그 쓸모를 다한 것일까? 의도적 언보싱 현상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Z세대의 자발적 언보싱이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관리자가 되어야만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낡은 공식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관리자=성공'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이들은 복잡한 조직 구조나 사람 관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며 리더가 되길 희망한다.

AI 시대와 Z세대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직장 환경에서는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각의 리더십 육성이 필수적이다. '의도적 언보싱' 현상은 리더십의 종말을 알리는 위기 신호가 아니라, 더 진화된 형태의 리더십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인 셈이다.

트렌드#3. ‘갈라진 세상’을 잇다

메리엄웹스터는 1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어 사전의 대명사다. 이 권위 있는 기관이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것은 '양극화(Polarization)'였다.

일터에서 이러한 양극화는 세대 간 디지털 격차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쪽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MZ세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지만 급격한 디지털화에 적응해야 하는 기성세대가 있다. 이 두 집단은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식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디지털 양극화가 조직 문화의 분절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화상회의 중 채팅창을 통한 의견 개진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MZ세대와, 이를 산만한 행동으로 간주하는 기성세대 간의 인식 차이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소통에 익숙한 MZ세대와 오프라인 관계를 중시하는 기성세대 사이의 문화적 충돌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때로는 세대 간 오해와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리더들에게는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하고 세대 간 간극을 메우는 통합적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성공적인 리더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로 다른 세대와 사고방식 사이에서 효과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연결 리더십의 핵심은 단순히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그 '차이'를 조직의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다양성'으로 전환하는 능력에 있다. 마치 서로 다른 품종의 포도가 만나 독특한 풍미의 우수한 와인이 탄생하듯, 진정한 리더십의 가치는 종종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교차점에서 빛을 발한다. 결국 앞으로의 리더는 조직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역량을 '연결'하고 '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매개자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모든 성공 공식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2025년, 그 유통기한은 어느 때보다 짧아졌다. 어제의 성공 방정식은 오늘의 실패 공식이 되기 일쑤다.

우리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까? AI와 대립할 것인가, 협력할 것인가? 관리자의 자리를 고집할 것인가,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실험할 것인가? 양극화를 방관할 것인가, 연결의 다리를 놓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리더십 성공 공식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유통기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김주수 휴넷리더십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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