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복 노리는 국민의힘… ‘제2 내란’ 우려

강현석 2025. 3. 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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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82명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각하’를 헌법재판소에 요구했다. 재적 국회의원(108명)의 76%가 동조한 것으로 사실상 당 차원의 결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힘 의원 82명 헌재에 ‘탄핵 각하’ 요구… 릴레이 시위까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친윤계 중진들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에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각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 의원 등은 이번 탄핵 심판 과정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인 내란죄가 철회된 것 등을 근거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 82명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원서 원문

이날 나 의원이 공개한 탄원서(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촉구 탄원서)를 보면, 연명한 의원들 대부분은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 중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한 의원은 곽규택, 신성범, 장동혁, 정연욱, 주진우 의원 등 5명 뿐이다. 나머지 77명은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고동진 곽규택 구자근 권영진 김기웅 김기현 김대식 김미애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성원 김승수 김은혜 김위상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김태호 김희정 박대출 박덕흠 박상웅 박성민 박성훈 박수민 박수영 박준태 박충권 배준영 백종헌 서명옥 서일준 서천호 성일종 송석준 송언석 신동욱 신성범 엄태영 유상범 유영하 유용원 윤상현 윤영석 윤재옥 윤한홍 이달희 이만희 이상휘 이성권 이인선 이종배 이종욱 이철규 이헌승 인요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정동만 정연욱 정점식 정희용 조배숙 조승환 조은희 조정훈 조지연 주진우 주호영 최보윤 최수진 최형두 추경호 한기호 (82인)
-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촉구 탄원서에 연명한 국민의힘 의원들 명단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지난 11일부터 릴레이 피켓 시위도 벌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을 중심으로 박대출, 강승규 의원 등이 가세해 헌재를 직접 압박하는 양상이다. 친윤계 중진인 김기현 의원과 추경호 의원도 각각 탄핵 기각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의 탄핵 심판 각하를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이렇듯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탄핵 기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난해 12월 3일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재했을 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야당은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옹호하며 계엄 해제에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출간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는 비상계엄 당일 계엄 해제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이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도 들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다들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있었다.
- <국민이 먼저입니다> 57p

나는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지금 원내대표실에 있는 의원들이라도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하도록 요청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무조건 본회의장으로 와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몇 차례 통화했다. 그러나 원내대표 발로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사로 모이라는 메시지가 몇 차례 발신됐고, 본회의장으로 모이라는 내 메시지와 충돌했다. 이런 메시지 혼선 때문에 국회 본회의장으로 올 의사가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 <국민이 먼저입니다> 59p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해제에 관여하지 못했고, 일부는 당 대표의 지시를 거부하면서까지 사실상 내란에 동조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국민의힘은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를 문제삼으며, 선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명분도 쌓아나가는 형세다. 지난 8일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헌재를 상대로 변론 재개를 요구하며 “평의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헌재의 심리가 불충분했으므로 변론 재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다음날인 9일 권성동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구속 취소 한) 법원 결정을 참고해 절차상 미흡한 부분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힘 내부서도 내전 우려… 대통령실은 침묵

국민의힘의 헌재 결정 불복 우려는 야당 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증폭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전과 국가비상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며 “여야 모두 재판부 결정을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지지층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면 자칫 “내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불복 여론을 지피는 ‘대통령 지지 시위’에 참석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고 발언한 서천호 의원에 이어 윤상현 의원은 지난 9일 전광훈 목사가 주재한 집회에 참석해 “탄핵심판 승리를 위해 꼭 기도해달라. 3월 14일 대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광훈 목사는 ‘국민저항권’을 언급하며, “헌법재판소를 한 칼에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일부 윤석열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은 광화문과 헌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도배돼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이처럼 연일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겸허하고 담담하게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만 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헌재 최종 변론에서 70여 쪽이 넘는 입장문을 읽었지만 헌재 심판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오히려 서부지법을 상대로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에게 “미안하다”는 입장만 전했다. 

게다가 내란 연루 의혹을 받는 경찰 고위직과 일부 군 장성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제2 내란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탄핵 선고 날까지 헌재 일대에서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선고 당일엔 갑호비상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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