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 지식을 비워야 잘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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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대해 해박한 사람을 가끔 만난다.
말로는 "골프는 마인드 게임이다. 자기절제를 할 줄 알아야 골프를 제대로 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동료들의 한 마디에 난조에 빠지고 만다.
"골프는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남을 의식하다간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하는 그가 남의 좋은 샷을 흉내 내다가 샷을 망치고 남의 실수를 즐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반대의 입장이 되어 남을 즐겁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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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프에 대해 해박한 사람을 가끔 만난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골퍼들의 이야기며 전국 각지의 골프장별 코스의 특성, 골프에 얽힌 온갖 일화들을 훤히 꿰고 있다. 실전에 대해서도 상당히 깊은 이론을 갖고 있다. 금방이라도 골프 이론에 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만큼 골프 치는 법이나 에티켓 규칙 등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실제 골프를 칠 때는 딴판이다. 기본동작에서부터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이나 스윙이 지나치게 빠르고 스윙 아크가 작고 헤드 업을 한다거나 하는 나쁜 습관들은 다 갖고 있기 일쑤다.
뿐만 아니다. 말로는 "골프는 마인드 게임이다. 자기절제를 할 줄 알아야 골프를 제대로 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동료들의 한 마디에 난조에 빠지고 만다. "골프는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남을 의식하다간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하는 그가 남의 좋은 샷을 흉내 내다가 샷을 망치고 남의 실수를 즐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반대의 입장이 되어 남을 즐겁게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골프는 지식으로 치는 것이 아니다. 골프에 관련된 지식은 본인이 열심히 연습하고 지식의 본질을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할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즉 지식을 소화하고 나면 골프를 잘 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에 한 선사가 있었다. 어느 날 저명한 대학교수가 이 선사를 찾아와 선에 대해 물었다. 선사는 그에게 차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선사가 찻잔에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찻잔에 차가 철철 넘치는데도 선사는 차를 계속 따랐다. 차가 넘쳐흐르는 것을 보다 못해 교수가 말했다.
"선사님, 차가 넘쳐흐릅니다."
이에 선사는 교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는 자신의 아상(我相)이 이처럼 넘쳐흐르니 먼저 자신의 아상의 잔부터 비우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 어찌 그대에게 선의 차를 따를 수 있으리오."
넘치는 찻잔처럼 자신이 만든 생각과 논리 선입견으로 가득 차 있는 한 선의 진면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깊은 뜻이 담긴 선문답이다.
대학교수는 이에 충격을 받고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에 다가가기 위해 정진했다고 한다.
'성인 聖'자는 '귀 이(耳)'와 '입 구(口)' 밑에 '임금 왕(王)' 자를 결합한 것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비워 상대방의 말을 다 듣고 난 다음에 자기의 말을 하는 자만이 임금이 되고 성인이 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머리에 온통 골프에 관한 온갖 지식으로 가득 찬 사람도 잡다한 지식을 비우지 않으면 정말 필요한 골프의 지혜를 찾기 어렵다. 골프의 기술은 근육 속에 스며있을 때 산 지식이 되며 머릿속에 있는 한 그것은 한낱 공허한 지식에 불과하다.
월터 심프슨이란 프로골퍼는 "골프를 너무 하면 지성이 마멸된다. 머릿속을 비우면 비울수록 골프 솜씨는 향상된다"는 역설적인 말을 남겼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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