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기업 ‘윈-윈’했다”… 주주행동 효과에 주가 50% 뛴 기업도
주주행동에 DB하이텍·호전실업도 배당금 확대
DB하이텍 주가, 작년 12월 저점 대비 55%↑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의 요구에 반응한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책을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간 주주와 소통에 소극적이던 상장사들이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자, 신뢰 회복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대부분 배당 규모를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는 형태로 환원책을 발표했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발표한 상장사 중에는 주가가 큰 폭 오른 경우도 있다. 주주가치 제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인데, 주주와 기업이 모두 윈-윈(win-win)했다는 평가다.
섬유·알루미늄 회사 DI동일은 지난 10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중장기 목표로 ‘주주 친화와 투명경영’을 제시하며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유휴부지 활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경영 투명성을 위해 감사·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도 손 볼 계획이다. 그 외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20%에서 60%로 높이고, 투자설명(IR) 전담부서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I동일이 내놓은 밸류업 계획은 다른 상장사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상장사가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며 발표하는 밸류업 계획에는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DI동일은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밝히면서 보다 근본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DI동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를 준비해 왔다. 계기는 소액주주의 주주 제안이었다. 앞서 DI동일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작년 11월 21일부터 12월 11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 시기를 전후로 주주운동이 활발했다.
신민석 전 라데팡스파트너스 부대표 등 8명의 소액주주가 감사위원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청구했다. 또 소액주주들은 DI동일과 최대주주 정헌재단 사이 발생한 96억원의 대여금 지급, DI동일 소속 감사의 겸직 등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작년 11월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 측 안건은 부결됐지만, 지분 4%를 가진 ‘큰손’ 국민연금이 소액주주 손을 들어줬다.
이후 DI동일은 정헌재단과 회사와의 이사회 겸직 해소,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 설치 계획 등을 내놓았다. 또 작년 11월부터 이달까지 총 2725억원 규모의 자사주(646만3422주) 소각을 결정하고, 배당도 주식 1주당 0.05주를 배정하며 전년보다 2배 늘렸다. 주주 행동과 회사의 주주환원 대응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작년 12월 12일 거래재개 후 한 달 만에 2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DI동일은 이달 28일 개최되는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관련 등 주주제안 안건과 감사·윤리경영위원회 설치, 이사 선임 안건들을 다룰 예정이다. 주주제안 안건은 신민석 전 라데팡스 부대표 측이 추가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며 제시했다. 회사의 감사위원회 설치에도 반대 의견을 밝히며 상근감사 후보를 추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일부 주주들의 무리한 주주환원 요구로 인해 회사의 밸류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스템 반도체 기업 DB하이텍도 20일 열리는 주총에 소액주주 보호 명문화와 자사주 소각, 분기 배당 허용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모두 주주제안에 따른 것이다. 회사는 지난달 보통주 1주당 1230원씩 배당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580원)의 2배 수준이다. 시가배당률도 0.97%에서 2.88%로 높아졌다.
DB하이텍은 최근 수년간 소액주주들의 주주환원 강화책을 요구받았다. 이에 지난해 8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 30% 유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 등이 골자다. 주가는 지난해 12월 9일 2만92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12일 4만5350원까지 오르며 55% 급등했다.
고기능성 의류 생산기업 호전실업도 주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 지난달 27 보통주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의 5% 수준으로, 전년(1주당 300원)보다 금액을 늘렸다.
앞서 호전실업 소액주주연합은 지난해 9월 주가 부진을 지적하며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쟁사에 지분을 넘기겠다는 강경책도 내놨다. 호전실업은 소액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같은 달 25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호전실업 관계자는 “이번 배당금 증액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지난해 취득한 자기 주식은 올해 신탁계약이 종료되는 대로 소각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간 행동주의펀드 등 몸집이 큰 주체들이 국내 행동주의를 주도해 왔지만, 최근 소액주주 중심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의 공시한 전체 주주제안 주체 중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 비중은 2015년 27.1%에서 지난해 50.7%로 10년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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