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겐 꿈이, 진보에겐 ‘주제 파악’이 없다” [사람IN]

이종태 기자 2025. 3. 13. 07: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집권 비전으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과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을 제시했다.

이런 '정치·사회적 밈'들은 '원저자 미상'인 경우가 보통이다.

최근의 한국 정치판이 그에겐 어떻게 보일까? 지난 5년간 보수 세력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왔다는 그는 "보수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시사IN 이명익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집권 비전으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과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을 제시했다. 이 표현들은 ‘먹고사니즘’이라는, 널리 퍼져왔던 밈(meme)의 파생어다. ‘강남좌파’는 풍자(배부른 정의파)와 부러움(부유하지만 정의를 추구)의 상반된 함의를 모두 담은 조어(造語)다. 이런 ‘정치·사회적 밈’들은 ‘원저자 미상’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먹고사니즘’과 ‘강남좌파’의 저작자는 명확하다. 작가 겸 정치 컨설턴트 공희준씨다.

공희준씨는 2000년대 초반에 큰 영향력을 떨쳤던 정치 논객 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초대 편집장 출신이다. 당시 한국 각지의 ‘정치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서프라이즈’의 대문에 게시물을 올림으로써 ‘논객’으로 공인받았다. 그 게시판은 글과 재능의 전장(戰場)이었다.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던 공씨는 당대의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만한 짧고 명확하며 설득력 있는 표현들로 시선을 끌었다.

글에 대한 공희준씨의 애착과 자부심은 ‘유튜브 동영상의 시대’라는 지금도 한결같다. “반도체가 모든 산업의 쌀이라면, 글은 모든 콘텐츠의 원천”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공씨는 ‘동영상 때문에 종이 언론 망한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유튜버들의 콘텐츠 역시 ‘종이 언론’에 나온 글을 기초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글의 질(質)이 떨어지면 다른 매체들의 질도 연쇄적으로 하락하기 마련이다. 글은 거대한 콘텐츠 생태계의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그는 좌우를 막론하고 유명 유튜버 지인들에게도 글쓰기를 권고한다. “주기적으로 써야 뇌가 썩지 않는다.”

공희준씨는 지난해 10월 신인규 변호사와 함께 〈보수의 종말〉, 11월엔 안진걸·임세은씨와 〈퇴진하라〉를 출간하는 등 정치 관련 글쓰기를 계속해왔다. 최근의 한국 정치판이 그에겐 어떻게 보일까? 지난 5년간 보수 세력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왔다는 그는 “보수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의 기본적 가치는 부국강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국의 보수는 부국강병이란 과제를 상실하고 재테크와 사교육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보수는 없다.” 그래서 공씨는 “보수의 과제는 재건이 아니라 창건”이라고 믿는다. 윤석열에 대해서는 “정치란 민심에 대한 리액션이고, 선거에서 패하면 (계엄령 선포가 아니라) 자신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에 앞서 정치 자체를 부정했으므로 내려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진보 세력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공희준씨는 ‘주제 파악’이라고 간명하고 냉소적으로 답변했다. “진보 측엔, 다음 달 이자나 학원비 지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안정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이 스스로 약자가 아니라 ‘혜택받는 계층’이란 것을 인정하면 좋겠다. 그러지 않으면 (안정된 삶의 기반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가장 미움받는 세대가 될 것이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